"지역에 대한 이해 및 기반 마련은 청년농업인의 성공적인 창농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안 동 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 한국4-H본부 연구위원)
얼마 전 한 주요 일간지에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는 경제기반 붕괴 신호다’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 상황에 대해 걱정하는 전문가 칼럼이 실렸다. 이 칼럼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업자 수 증가가 크게 둔화되고 청년층 네 명 중 한 명이 광의의 실업 상태에 있다는 점을 현 정부 핵심 정책의 하나인 일자리 창출 정책의 참담한 성적표로 평가했다. 나아가 제조업 취업자의 지속적 감소와 반대로 외환위기 이후 2016년까지 매년 6만2,000명씩 감소해 오던 농림어업 부문 취업자가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탈락하거나 취업하지 못한 노동력이 농림어업으로 떠밀리게 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즉,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기 위해 농어촌으로 이주하여 농어업활동을 하거나 농가 텃밭을 하는 취미농이 농림어업 취업자로 간주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최근의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는 실제 취업이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일자리 감소에 따른 잠재 실업 또는 위장 실업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물론 보다 정확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엄밀한 데이터 구축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보충 설명에서 다소의 위안을 얻기는 했으나, 이 칼럼을 보고 농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혹시 누군가가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는 ‘경제기반 붕괴 신호’가 아니라 ‘지역경제 활력의 신호’라는 반론을 내겠지 하는 내 생각은 기대로 끝났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노동경제 분야 전문가의 이러한 논리적 주장에 이론적으로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청년농업인 성공 사례와 함께 다양한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의 사례를 통해 지역 활력을 위한 청년농업인의 역할과 의의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청년농업인은 만 18세 이상에서 만 40세 미만의 농업인으로 정의되며, 가속화되는 농가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청년농업인의 수와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40세 미만의 청년농업인 수는 1만4,336 가구로 전체 농가의 1.3%에 불과하여, 일본의 3.2%(45세 미만, 2017년 기준)나 유럽의 10.9%(40세 미만, 2017년 기준)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농업인의 고령화와 청년농업인의 감소는 농촌의 지속가능발전을 주도할 인적자원의 부족을 의미하며, 지역농협은 조합원 수 감소로 존립의 위기까지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농림어업 취업자 수의 증가는 농업과 농촌의 활력을 찾는데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가 앞서 언급한 칼럼에서와 같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떠밀려온 것이 아닌 지역개발 및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빠른 정착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창농 교육과 함께 창농 초기의 적절한 지원이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청년창업농 교육이 즉각적인 영농정착을 목표로 하는 단기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영농경험이 부족한 청년창업농이 농업 및 농촌에 적응하고 영농기술 및 농업이론을 습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교육 이후의 실질적 영농정착 지원을 통해 창농 초기단계 적응의 어려움을 덜어주어야 한다. 창농 초기단계에서 영농기반 지원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좋은 교육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영농 정착률 제고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떠밀려온 비농업인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EU는 청년농업인 직불금, 소농 직불제, 조기은퇴제도 등 청년농업인에게 재정 및 영농기반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은 실습과정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해주어 교육생들의 경제적 자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착 희망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과 네트워크 형성 지원이 필수적이다. 즉, 지역에 대한 이해 및 기반 마련은 청년농업인의 성공적인 창농을 위한 필수조건으로서 일본의 경우 농촌생활 지원 전담인력을 배치하여 농촌생활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등 정주여건 관리와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도 읍면에서 도시지역으로 공간적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4-H운동과 지역경제 활력 주체로서의 4-H 청소년 및 청년농업인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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