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1 격주간 제888호>
[시 론] 왜 우리는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야 하는가
"농민 자신들의 행복감과 자긍심을 느끼고 한결 고양시킬 수 있는 명실 공히 농촌·농업·농민의 날이 되도록 농민 자신은 물론 일반 국민 모두가 함께 하기를 간곡히 희망한다"

김 준 기 (전 한국4-H본부 회장)

매년 11월 11일은 정부가 제정한 ‘농업인의 날(농민의 날)’이다. 법정 기념일이 된 지 어언 열 두해를 맞고 있다. 정부가 왜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는가? 농촌·농민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하겠다.
지금 농촌엔 가을 추수의 계절을 맞아 눈코 뜰 세가 없을 만큼 무척이나 바쁘다. 그에 반해서 가을걷이를 하고 있는 농민의 심경은 어떠한가를 생각하면 이 글을 쓰는 마음이 결코 가볍지는 않다.
왜 11월 11일이 농민의 날일까?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서, 흙 위에서 흙에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 특히 농사짓는 농민은 흙과 더불어 삶을 살며, 흙을 다듬고 가꾸고, 씨앗을 뿌리고 그 열매를 거두며 일생을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종국엔 흙으로 돌아가는 농사꾼 즉 자연철학을 삶속에 실현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흙 토(土)자를 한자로 十一로 하여, 11월(十一月), 11일(十一日), 11시(十一時)를 土月 土日 土時로 하여 ‘흙의 날’ ‘농민의 날’로 하였고, 고장에 따라 이 날을 기하여 다양한 놀이와 행사를 펼쳐온 것이다.
그래서 몇몇 농민단체들이 여러 해 동안 제안하여 1996년 5월 30일을 기해 정부가 ‘농업인의 날’로 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농민의 날’을 정부가 ‘농업인의 날’로 제정하면서 제시한 이유를 보면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들께 인식시키고, 농민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고 노고를 위로함’에 있다는 것이다.
과연 농업인의 날을 제정하고, 그것도 정부주관 주도하여 펼치는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로 일반 국민은 물론 농민들이 농촌·농업·농민에 대해 마음속 깊이 수용하고 정부가 의도한 목적이 긍정적으로 어느 정도로 수용하고 인식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 모두 깊이 있게 새겨 봐야 할 일이다.
최근에 발표된 우리 사회는 물론 인류사회에서 농촌·농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국민의 의식조사 연구결과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하였다. 지나친 기우일까? 국가 경제에서 농업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농민은 42%인데 비하여 도시민은 60%이고, 타산업과 대비하여 농업인 68%, 도시민 37%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농촌에 대한 공익적 가치와 기능 유지보존에 대해서는 도시민의 70%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농업인(농민)의 의식과 영농의 의지는 어떠한가.
우리 농업이 처한 농업경영여건과 사회 환경의 변화와 농촌, 농민의 삶의 현장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끄는 원동력인 농촌·농업이 처한 현실과 농민의 사회적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농업인의 날’을 농촌·농민 모두가 행복감을 고양하는 그야말로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농민의 날로 올곧게 인식되고, 농민 자신들의 행복감과 인간으로서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끼고 한결 고양시킬 수 있는 명실 공히 농촌·농업·농민의 날이 되도록 농민 자신은 물론 일반 국민 모두가 함께 하기를 간곡히 희망한다.
끝으로 왜 ‘농민의 날’을 ‘농업인의 날’이라고 하였을까? ‘농업인의 날’이든 ‘농민의 날’이든 그게 뭐 그리 큰 문제인가 하고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지 않겠지만 깊이 정의해 봐야 할 일이다. 11월 11일 이 날은 분명 ‘농민들의 날’이어야 한다. 물론 산업화 시대에 농업도 산업인 것은 사실이다. 농산업을 담당하는 담당자가 농산업인 즉 농업인이다. 그러나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산업을 지향하는 농가도 있지만 절대다수는 영세소농인 농민이다. 그런 면에서 절대 다수이고 또 오랜 농업의 역사와 농사를 지어 왔고 또 짓고 있는 사람 즉 농민이 중심이 된 ‘농민의 날’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4-H운동은 당초에 농촌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외교육운동이었다. 그렇지만 2000년대 전후해서는 우리 농촌엔 인구가 줄어들고 농촌청소년이 없는 현실에서 한국4-H운동은 일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교외교육운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 조건에서 우리 청소년 학생4-H회원들에게 농업의 중요성 즉 자연의 순환과 공생, 도시와 농어촌의 상호 공생운동, 건강한 먹거리운동 등 농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올곧게 인식하고 사랑하는 애농·애민·애촌사상을 일으켜 세우고 인식케 할 수 있는 ‘농업인의 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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