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판타지 여행
윤 기 자 지도교사 천안 병천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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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 한 문장이 이 소설의 시작점이며 우리 자신을 향해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이다. 우리는 날마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느 쪽인가로 선택하며 살아간다. 때론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기도 하지만, 때론 의문을 가지며, 때론 좌절을 느끼며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방향의 끝이 어디가 될지는 사람마다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살면서 누구나 몇 번쯤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떠남’에의 환상을 실현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동시에, 우리가 알면서도 모른 척 내면의 무의식에 담아 놓는 생각들을 세밀하고 독선적으로 정의내리는 다양한 언어의 정의가 담겨있기도 해서 조금 색다른 책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걸어 다니는 사전이며, 문두스(세계, 우주, 하늘 등의 뜻)로 추앙 받고, 너무나 해박한 지식으로 대학 교수들 조차 두려워하는 그리스어와 라틴어와 헤브라이어의 교사인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가 어느 날, 아주 우연하고 사소한 사건 - 출근길에 강으로 뛰어들려는 한 포르투갈 여인을 구하는 - 에 얽히면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버리고 떠나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신의 60년 인생을 버리고 떠나는 그레고리우스가 아니다. 그가 살던 스위스 베른을 떠나, 언어도, 문화도, 사람도 다른 곳인 목적지 리스본에 살았던 포르투갈 사람 ‘아마데우 이나시오 드 알메이다 프라두’라는 의사이다. 평생을 같은 곳에서 고전학 교사로 지낸 안정적이지만 지루했던 그레고리우스의 삶과는 정반대로, 극와 극을 달리는 삶을 살았다. 아마데우는 아버지 때문에 자신이 원하지 않던 의사가 되었으나 주변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며 가장 비난받던 멩지스라는 경찰을 구하게 된다. 존경받는 의사에서 독재정권의 하수인인 멩지스의 목숨을 구한 배신자, 독재정권에 맞선 지하혁명조직의 가담, 그곳에서 만난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친구와 가족과 직업을 버린 사랑의 도피, 자신과 꿈이 달랐던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별 후 삶의 의미를 잃고 뇌경색으로 돌연사하기까지 그의 삶은 거친 파도보다 더한 쓰나미 같은 인생을 살았다.
도대체 자기의 모든 삶을 버리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왜 이렇게 파고드는 것일까 의문이 드는 독자에게 그는 명쾌한 해답을 다음과 같이 내린다.
“자기 삶과는 완전히 달랐고, 자기와는 다른 논리를 지녔던 어떤 한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일까? 이게 가능할까?” 끊임없이 질문하고 회의하면서 아마데우의 삶을 파헤치던 그레고리우스는 결국 다시는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도 늘 ‘떠남’을 꿈꾼다. 그래서 누구든 여행이 설레이는 모양이다. 나의 일상이 아닌 다른 삶을 잠시 엿보는 것이므로. 삶은 한 번밖에 살지 못하므로, 비록 실제로 떠날 수 없을지라도 〈리스본 야간열차〉를 읽으며, 판타지를 이뤄보는 것은 어떨지?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 들녘 펴냄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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