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물범
육지와 먼 청정지역 백령도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천연기념물 황새를 비롯하여 장산곶매, 노랑무늬 백로가 날아들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쇠가마우지의 서식지다. 바다에는 은빛 춤을 추는 까나리 등 어종도 다양하다. 특히 ‘서해의 마지막 제왕’으로 불리는 잔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31호)들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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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개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물범들.(옹진군청 제공)> |
서해 최북단의 외로운 섬 백령도는 인천에서 228㎞, 쾌속정으로도 4시간 정도 걸린다. 북한의 황해도 장산곶과는 17㎞, 월내도는 불과 12㎞밖에 안 되는 철책선 없는 해상 DMZ가 남북을 가르는 곳이다.
육지와 먼 청정지역 백령도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천연기념물 황새를 비롯하여 장산곶매, 노랑무늬 백로가 날아들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쇠가마우지의 서식지다. 바다에는 은빛 춤을 추는 까나리 등 어종도 다양하다. 특히 ‘서해의 마지막 제왕’으로 불리는 잔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31호)들의 천국이다.
백령면 용기포구에서 까나리 잡이 어선에 몸을 싣고 바다로 나갔다. 갈매기들이 어선을 호위하듯 따라나선다. 은백색의 까나리는 꽁치보다는 작고 멸치보다 큰 어종으로 백령도 특산품인 까나리액젓의 재료다. 포구에서 동북쪽으로 3㎞쯤 나가니 물범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까나리를 사냥하기 위해 합동작전을 펼치듯 떼 지어 바다위로 연신 목을 내민다.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는 물범바위는 물범들의 휴식처다. 물범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기도하고 바위에 늘어져 하품을 하며 달콤한 휴식을 취하다가 물 속으로 미끄러지듯 사라진다.
‘백령도 물범’은 물개와 비슷하지만 겉귀가 없는 바다포유동물. 주로 캐나다와 알래스카 일대,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해안 일대에 집단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서식하는 물범은 흑회색 몸에 검은색 잔 점들이 고르게 박혀 있는 잔점무늬물범이다. 서해 북부 중국 연안의 보하이(발해)만에서 집단 서식하다가 옮겨온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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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 신석기 시대 말기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음을 입증하는 패총.> |
지난해 방송 된 KBS-1TV 자연다큐멘터리 ‘백령도 물범’ 제작팀은 물범 3마리의 머리에 위성 추적기를 달아 왕복 1600㎞에 이르는 이동 경로를 포착했다. 물범들은 10월경에 백령도를 출발하여 북한 해안을 따라 북상한 뒤 중국 보하이만에서 새끼를 낳는다. 이후 3월이 되면 물범들은 먹이가 풍부한 백령도로 내려와 여름을 난다고 한다.
백령도 물범은 1940년대 8000여 마리에 이르렀으나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속히 줄었다. 해양수산부의 조사에 따르면 백령도 물범이 많게는 27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오염되지 않은 바다에 명태나 청어, 까나리 등 먹이가 풍부하고 크고 작은 바위섬들이 많아 물범들이 살아가기엔 최적의 서식지다.
최근에는 중국 어부들이 약재나 박제용으로 밀렵하는 사례가 잦다고 하니 개체 수가 더욱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범보호를 위해서는 물범 이동경로에 위치한 한국, 북한, 중국 3국이 공동보존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물범 서식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생태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물범센터를 2010년까지 건립하기로 했다.
백령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약 3000년 전인 신석기 시대 말기부터라고 한다. 1981년 진촌리에서 말등조개더미인 패총(貝塚·향토유적 제2호)이 발견됨으로써 입증됐다. 패총시굴결과 빗살무늬토기, 간돌도끼 등이 나왔다. 원형은 많이 유실되었지만 패각층(貝殼層)이 켜켜이 쌓여 있다. 패총은 물범바위가 있는 용기포구 부근 해병대 초소 부근이다.
패총 부근에서 바다로 나가면 천연기념물 제393호인 ‘감람암 포획 현무암’을 볼 수 있다. 화산석인 현무암에 노란 감람암 덩어리가 들어있어 지하 지질연구에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백령도는 섬 자체가 자연사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이규섭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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