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5 격주간 제883호>
[기고문] ‘청소년 진로나침반 캠프’ 아이들의 작은 변화

안 경 화 (충청남도금산교육지원청 교육복지사)

작년 최재호 선생님이 이 청소년 진로나침반 캠프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프로그램이 너무 욕심이 나서 담당 장학사님과 ‘내년에는 우리가 꼭 하자’고 약속을 했던 터여서 한국4-H본부에 여러 번 전화를 하며 소통했습니다.
학생 40명을 이끌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교육지원청에서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중학교에서 취약계층 학생 10명을 추천받고, Wee센터에서는 전문상담사들이 상담을 하면서 꼭 참여하게 하고 싶다는 학생 10명을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금산여중에서는 다문화 학생을 중심으로 20명을 모집했습니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섞이고, 마음을 열고 지낼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서울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8개의 모둠으로 각 모둠에는 5명의 아이들이 배치되었습니다. 서로 같은 학교는 한 명도 없게 조를 구성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이라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첫 날 저녁시간 이후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나의 꿈 2분 스피치 시간에는 자기의 진로나 꿈에 대해 한 명씩 발표를 하는데, 한 남학생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가장 잘하는 것은 싸움이에요. 꿈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주먹싸움을 잘합니다. 선생님! 내일 서울시내 나가서 누가 시비 걸면 제가 때려 줄게요. 걱정 마세요.” 순간 제 마음이 몹시도 혼란스럽더군요. ‘이 학생이 조장이라니 큰일 났구나.’
각 조별로 서울 시내를 누비며 미션 수행을 했습니다. 체감온도 40℃를 육박하는 숨 막히는 날씨에도 아이들이 불평 없이 미션을 수행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조금만 덥거나 추워도 불평하는 아이들이 인솔자 없이 오롯이 조끼리만 지하철을 타고 또 걸으면서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미션 수행을 완료했습니다. 그동안 보아왔던 아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주어진 미션 활동비를 맞춰 쓰려고 계산하고 또 하는 모습, 사진을 찍으며 기록자로 활동하는 모습, 조장으로 친구들과 동생을 배려하며 챙기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웠습니다.
이 아이들이 우리 마을, 내가 살고 있는 금산을 지켜나갈 아이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아립니다. 사실 학교에서 우등생으로 소위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금산에서 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번 캠프에 함께 했던 이 학생들이 20년 후, 아니면 30년 후에 우리 마을의 이장님, 청년회장님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내 이웃이 되어있을 이 아이들. 지·덕·노·체 이념을 생활화하여 멋진 지도자로 성장해 있을 모습을 그려봅니다.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고 간곡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며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내었다는 자신감과 인정받았다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2박 3일로도 아이들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주먹싸움이 제일 자신 있다던 친구의 소감문은 저를 또 한 번 감동시켰습니다.
‘조장이라고 해서 내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조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힘들어 하는 친구들을 끌고 가야 하고, 아픈 사람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도 안 해 보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부터 생각해보고 싶다’ 너무 대견하지요?
또 한 학생은 ‘지금까지 도움만 받고 살았는데 이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장래희망이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아이들보다도 선생님들이 더 많이 느끼고 배웠습니다. 이번 캠프를 참가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한국4-H본부 선생님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지도해주시고 4-H를 소개해 주신 멋진 최재호 선생님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선생님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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