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H활동이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4-H회원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살려주는 글로벌 인재 육성의 산실로 거듭나길"
임 정 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 한국4-H본부 부설 농촌·청소년문화연구소장)
어릴 적부터 토끼풀로 불리는 네잎클로버를 보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우선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세 잎 클로버가 가득한 풀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왠지 전율을 느끼며 행운이 깃들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행운의 상징으로서 유년시절 풀밭에서 네잎클로버를 누가 먼저 찾나 내기 했던 추억도 있다. 네잎클로버를 찾아 주위사람들에게 자랑도 하고, 이것을 책갈피 속에 간직하며 애지중지 보관하기도 하였다. 자연상태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을 확률은 일 만분의 일이라고 하니 그 만큼 네잎클로버가 희소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네잎클로버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듯하다.
전 세계적으로 1950년대 이후 인공적으로 네잎클로버를 재배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과거보다 네잎클로버가 많아졌기도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야 하는 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쳐 자연과의 대화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찾던 어릴 적 정겨운 추억이 아스라이 먼 기억 속으로 사라진 듯하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 하나의 추억은 방학기간 중 농촌에 있던 친가나 외가를 방문할 때면 친척 형님들이나 시골 청년들이 네잎클로버에 지(智)·덕(德)·노(勞)·체(體)라는 로고를 새긴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을 자주 보았던 기억이다. 좀 더 커서 알았지만 이것이 바로 미국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작한 4-H운동의 심벌마크였고, 우리나라에 전파되면서 핵심이념을 한글로 번역해 사용했던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4-H는 ‘명석한 머리(Head), 충성스런 마음(Heart), 부지런한 손(Hands), 건강한 몸(Health)’을 의미하는 영문이니셜로 4-H운동의 핵심이념이다. 현재 세계 70여개국 이상에서 전개되고 있는 대표적인 청소년 사회교육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 4-H운동은 1947년 도입된 이후 열정 있고 유능한 농촌지역 청소년들이 참여해 왔고, 지·덕·노·체라는 네잎클로버에 희망을 심고 1960년대와 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농업과 농촌 발전에 기여하는 많은 지역사회와 국가 지도자들을 배출하였다. 특히 농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발전 초기단계에서 영농과학화를 중심으로 농촌 발전을 이끄는 주역들을 육성해 왔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농업과 농촌 발전을 이끌어 온 새마을지도자 대부분이 4-H클럽에서 연마된 실천교육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당시에 4-H클럽은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4-H회원들은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로 인해 1970년대까지 4-H클럽은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대표적인 농촌청소년 계몽운동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4-H운동은 농업과 농촌 발전에 기여하는 실천적 지도자를 배출함으로써 그 상징인 네잎클로버처럼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초석을 이루는 행운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이후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4-H운동과 클럽활동은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으로 약화되면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근본적 이유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이촌탈농 현상으로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4-H클럽활동을 할 영농후계자가 줄어들었다. 또한 국민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과거와 달리 실질적으로 농업과 농촌사회 발전을 위해 활동할만한 청소년 4-H회원이 크게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4-H운동이 읍·면 단위만이 아니라 도시지역으로 공간적 영역을 점차 넓혀나가고, 농촌에 거주하며 농업에 종사할 청소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미래 지도자 육성을 목표로 활동영역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지·덕·노·체 4-H이념을 실천하는 창의·융합적 미래인재 육성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이라는 새로운 비전 달성을 위해 청소년 및 대학생, 청년농업인 등 4-H회원 유형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국가사회 발전에 체계적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4-H회원 개인의 성장은 물론, 국가·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고 자연·인간·농업과 농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는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할 때다. 다시 한번 4-H활동이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4-H회원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살려주는 글로벌 인재 육성의 산실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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