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1 격주간 제882호>
[지도교사 이야기] 그곳엔 작은 농부들의 아름다운 꿈이 자란다

지 은 혜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선생님, 오늘 작농하죠?”, “오늘 감자 싹 자르기랑 제초 작업도 해야겠어요.”
우리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작은 농부들의 대화내용이다. 자율동아리 활동으로 주2회 방과 후에 모여 우리의 비닐하우스를 관리하고 있다.
비가 오든, 날씨가 너무 덥든, 학교 행사가 있는 날이든 작은 농부들은 비닐하우스로 정해진 시간에 항상 모인다. 학교를 쉬는 날에도 당번을 정해 관수를 하고 매일 실습 일지를 쓰며 어제와 달라진 오늘의 작물을 관찰하여 기록한다. 또래 학생들처럼 PC방도 가고, 핸드폰 게임을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온라인에서 만나는 캐릭터와는 다르게 현실 속에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작물 재배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고 한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 온 줄도 모르고 집중하다보면 해가 졌을 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깨닫고 서로 웃어댄다. 교실에서 이론 수업을 들을 때 따분한 표정과는 정반대되는 표정이다.
이렇게 작물 재배활동을 3년간 열심히 한 4-H회원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중 실습을 안 해 본 내용이 없을 정도다. 우리 학교는 농업계 특성화고등학교로서 일반계 고등학교와는 다른 교과 수업을 듣는다. 재배, 원예, 농업기초기술 등의 교과목을 배우는데 작물 재배 과정은 교과서의 실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작물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지중지 키운 작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4-H회의 작은 농부들은 이 작물들을 판매한 수익금을 학교에 기부하고 있다. 경제적인 기부뿐만 아니라 작물 재배를 하며 얻는 기술을 양로원 텃밭 관리를 위해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얼마 전 수확한 비트는 오이와 함께 피클을 만들어 3,000원씩 받고 교내에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판매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서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훗날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서로를 격려해주었다.
4-H회원들은 대부분이 농업 관련 직종으로 취업 또는 진학을 선택한다. 때문에 작물 재배 실습활동이 진로를 선택하는데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대학을 갈 때, 진학을 할 때 자기소개서에 작성할 내용이 되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직접적이고도 의미 있는 점은 작물을 재배하며 느끼는 감정과 힘들고 고된 노동을 해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적성을 직접 확인한다는 것이다.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흙을 만지기만 하는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 작물마다 요구되는 지식이 모두 다르고, 전반적인 토양 및 비료, 병해충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작물에 이상 징후가 생겼을 때, 이를 발견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누가 알려주었을 때는 이미 늦고 작물 수확에 치명적인 피해가 될 수도 있어서 작은 농부들의 자주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우리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4-H회의 작은 농부들은 땀 흘리며 작물 재배를 하고, 이런 활동을 통해 재배 기술을 익히고, 일상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위로하며 생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지며 미래의 영농인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여러분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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