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지가 궁할 때,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살펴보라”
窮視其所不爲(궁시기소불위)
- 《사기(史記)》 중에서
아무리 힘이 강하더라도 항상 그 힘을 다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놓였더라도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짐승과 사람의 차이라고 유가(儒家)의 학자들은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강한 위치에 있더라도 자기 맘대로 마구 행동하지 않아야 하며 세상에서 가장 구차한 위치에 놓였더라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
사마천(司馬遷)이 기록한 역사책 《사기(史記)》 중 ‘위세가(魏世家)’는 전국시대(戰國時代)에 강국으로 위세를 떨치던 위(魏)나라의 건국과 부흥, 그리고 멸망과정을 담고 있다.
위나라의 개국군주인 위문후(魏文侯)는 전국시대 국가 중에서 최초로 정치와 법제의 개혁을 단행하며 개국과 함께 위나라를 강국의 대열에 합류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개혁은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삼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사마천은 진단한다.
위문후는 당시로서는 세력이 아주 미약했던 평민 출신의 인재를 적극 등용하여 정치, 군사 방면의 중책을 맡김으로써 세족정치(世族政治)를 관료정치로 개혁했으며 이러한 개혁이 기존의 세족정치보다 더 튼튼하고 확고한 권력을 유지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위나라를 세운 위문후는 자신과 함께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모으기 위해 유가(儒家)의 학자인 이극(李克)을 찾아가 자문을 구한다. 이극은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 밑에서 학문을 닦은, 유가의 적통을 이어받은 학자였다. 이극은 위문후에게 다음과 같은 5대 원칙을 제시했다고 사마천은 기록하고 있다.
“평소에는 그가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지 살펴보고(居視其所親),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그가 어떤 것을 취하지 않는지 살펴보며(貧視其所不取), 처지가 궁할 때라 하더라도 그가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살펴보고(窮視其所不爲), 잘 나갈 때에는 그가 어떤 사람을 추천하는지 살펴보며(達視其所擧), 부유할 때에는 그가 얼마나 남에게 많이 베푸는지 살펴보는 것(富視其所與), 이것이 인재등용의 대원칙입니다.”
이후 위문후는 이런 원칙을 잊지 않고 실천에 옮겨 개혁을 통해 나라를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나라가 점점 강해지자 위문후 이후의 군주들은 서서히 이런 원칙을 망각하기 시작했고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사마천은 분석하고 있다.
고대왕국에서는 군주가 인재를 등용하여 나라를 다스리게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인재를 등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고대국가의 군주가 하던 일을 지금은 일반 국민들이 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이극이 제시한 5대 원칙을 숙지하고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하는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그가 어떤 것을 취하지 않는지 살펴보며, 처지가 궁할 때라 하더라도 그가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라고 할 수 있다. 궁지에 몰렸을 때 구차하게 삶을 추구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고 함부로 날뛰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그가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살펴보자. 자기반성을 통해 새롭게 거듭났는지, 아니면 남을 탓하며 마구잡이로 날뛰었는지 살펴보자. 어려웠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했었는지 기억해보자. 품위를 잃지 않고 차분히 때를 기다렸는지, 아니면 구차하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걸하거나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여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았는지 살펴보자.
그의 과거를 통해 그가 미래에 어떻게 할 것인지 예상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사마천이 《사기(史記)》를 남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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