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1 격주간 제878호>
[이 한 권의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진정성이 빚어내는 기적과 감동

윤 기 자 지도교사  천안 병천고등학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누군가 내가 가진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에게 함부로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을 아무도 모르게 해답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훨씬 더 풍요롭고 아름다울 것이다.
‘나미야 잡화점’은 바로 그렇게 고민을 해결해 주는 곳이다. 시골구석의 어울리지 않는 곳에 서 있는 조그마한 잡화점이지만, 이곳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넘나들며 사람들이 가진 깊은 고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답을 해 준다. 처음 시작은 코흘리개 꼬마들의 장난스런 질문에 진심을 다해 답장을 보낸 데서 시작되었다.
그 중의 한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공부하지 않고도 시험에서 백 점을 맞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는 다음과 같은 해답을 내놓았다. “선생님께 부탁해서 당신에 대한 시험을 치게 해달라고 하세요. 당신에 관한 문제니까 당신이 쓴 답이 반드시 정답입니다. 그러면 백 점 만점을 받을 수 있어요.”
재미있는 사실은, 소설 속에 나오는 진지하고 심각한 고민에 대한 답변은 할아버지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처자식이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갖게 된 아이를 낳아야 할지 지워야 할지 고민하는 ‘그린 리버’와 사업이 망해서 야반도주를 하고자 하는 부모를 계속 따라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가진 ‘폴 레논’은 모두 80년대의 사람으로 잡화점의 할아버지가 고민 상담을 해 주셨으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30년 가까이 지난 낡은 잡화점에서 고민에 대한 상담을 해 준 것은 그 날 -2012년 9월 13일- 강도짓을 하고, 달아나던 ‘환광원’이라는 고아원 출신의 별 볼 일 없는 잡범들이라는 것이다.
한 번도 남에 대해 조언을 해 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으며, 셋이 몰려다니며 날치기, 소매치기 등의 절도 행위도 수없이 했던, 밑바닥 인생을 사는 세 친구가 우연히 숨어든 피난처인 ‘나미야 잡화점’에서 남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상담사 역할을 맡게 되면서, 조언을 받은 사람들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기적을 만드는 것이다.
이 소설의 가장 압권은 ‘백지로 된 고민’ 편지와 답장일 것이다.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독특한 장소는 과거와 현재를 바꾸는 타임머신 같은 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의 시점은 단 하루이다. 잡화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을 남겼던 33년 뒤의 ‘나미야 잡화점의 단 하루의 부활’이라는 인터넷 광고가 발단이 된다. 그날이 바로 2012년 9월 13일이고, 이 날 잡화점에 있게 된 세 절도범들은 30년 전의 과거에서 온 편지를 받고 고민 상담을 하게 된다. 또한, 과거에 고민 상담을 했던 사람들이 9월 13일에 쓴 모든 감사편지는 이미 돌아가신 잡화점 할아버지가 다 받아 보셨던 것이다.
단 하루 동안 계속되는 고민편지에 상담을 해 주던 세 백수 중 야쓰야는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편지를 상담함에 넣었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백지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는다. 백지편지의 해답은 무엇일까? 그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기대되지 않는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펴냄 /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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