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적 기능은 그 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여하는 만큼의 보상을 하는 것이므로 당위성이 주어질 수 있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 농업이 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다"
정 명 채 (농어촌희망재단 이사장)
농어민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로 헌법개정안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명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곧 우리나라도 농업을 공공재로 인식하게 되는 근거가 될 것이다.
농업을 공공재로 보아야 하는 이유는 먼저 농업을 완전한 사유재라고 할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사유재인 내 땅에 내 마음대로 독성 높은 농약도 치고 제초제도 뿌리고 사용하기 편한 화학비료만 주어서 예쁜 농산물 만들어 잘 팔아먹으면 된다.
그 결과는 토양을 오염시키고 그곳을 흘러내리는 수질도 오염시키며 그 잔류독성은 사람들까지 병들게 만든다. 장기적으로 보면 생산성도 줄어들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며 환경과 생태계를 병들게 만든다.
그래서 농업은 공공재로 보아야 한다. 공익적 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약을 덜 쓰거나 안 쓰는 방향으로, 피치 못해 쓸 경우는 독성이 약한 것, 인체에 피해가 없는 것으로 쓰도록 권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이므로 국내에서만 관리하면 어려움이 없지만 독일의 경우, 10개국과 국경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물이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여러 나라를 거쳐 흐른다. 어느 나라에선가 수질을 버려놓으면 하류의 나라들은 피해를 입게 된다. 철새나 동물들도 병충해를 옮긴다.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괴롭다. 중국이 농업을 공공재로 보고 생태계를 살리고 숲을 가꾼다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의 농업부문 GDP는 국민 전체 GDP의 2% 수준이다. 농업인구는 5% 수준이다. 이렇게 취약해진 농업을 자본주의 시대에서도 중요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익적 기능이며 공공재적 인식이다. WTO나 FTA 등 농업의 국제개방으로 외국의 값싸고 맛있는 농산물이 모두 들어와 먹을거리가 풍부한 시대다.
그런데 국민들은 어느 것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GMO(유전자조작)농산물과 GMO식품들, 수입과정에서 방부제, 방충 처리된 농산물과 식품들, 생산과정에서 제초제와 살균·살충·농약을 친 것 등 구분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농민들이 공익적 기능을 높이기 위한 친환경농업으로 모두 참여하게 된다면 우리 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과 식품은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공익적 기능을 높이려는 농민들의 노력에 정부와 사회가 보상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농가소득 보장의 한 수단이 되고 농업이 유지될 수 있는 길이다. 농업소득은 농산물 가격을 높여야 하는데 농산물 가격을 높이면 그 타격은 저소득층에 심각하게 미친다. 그래서 어느 나라도 농가소득 향상을 농산물 가격에 중점을 두지 못한다. 농업소득보다는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가공하거나 저장·유통하는 일까지 연계하여 돈벌이가 되도록 하려는 정책을 쓰게 된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다. 농민들의 품목별 조직화도 어렵지만 사업에는 경영마인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농어촌 신활력사업이나 6차 산업정책 등으로 만들어진 농업기업들이 대기업에게 먹히고 개발한 분야를 빼앗긴 것이다. 자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농민만이 소득을 챙길 수 있는 제3의 소득지대인 공익적 기능 보상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 기여도에 따른 보상방식은 기업이나 자본가는 쳐들어올 수 없는 농민만의 소득활동 범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쌀농사에 물논(沓)관리만 잘하면 평당 얼마씩의 지하수생성비와 홍수방지비, 토양유실방지비, 농약 안 치면 수질 살리는데 기여한 수질개선비, 제초제 안 쓰면 흙 살리는데 기여한 토질개선비를 줄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쌀값을 한가마(80kg) 당 18만8천원에 정해 놓고 시중 가격이 낮아지면 그 차액을 80%까지 직불제로 보상해 주는 방식은 국민에게는 불합리한 제도로 보이고 농민들은 공짜 돈처럼 여겨지는 불편함이 있다.
공익적 기능은 그 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여하는 만큼의 보상을 하는 것이므로 당위성이 주어질 수 있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 농업이 가야할 새로운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