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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5 격주간 제87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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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사 이야기] 실천으로 체득하는 4-H의 정신 |
윤 기 자 (천안 병천고등학교4-H회)
“얘들아, 쪽파 뽑으러 갈 사람, 두 명만 선착순!”, “저요, 저요.”
우리 학교 4-H회원들은 거절하는 법이 없다. 언제든 텃밭에 나가는 일은 대환영이다. 작년 겨울에 씨앗만 대충 묻어놓고, 거름도 안 주고 풀도 매지 않았는데, 파는 파릇하게 자라더니 봄이 되자 쑥쑥 컸다. 파김치도 담그고 파전도 해 먹자는 조리선생님의 제안이 있어 쪽파를 거두러 나가는데 학생들이 일을 돕겠다고 선뜻 나서준다. 마침 이틀 동안이나 비가 와서 땅도 알맞게 부드러워 호미를 살짝만 대도 쪽파는 쑥쑥 뽑힌다. 수확한 쪽파를 모아놓고 그 자리에서 다듬는다.
“선생님, 파 속살이 정말 하얘요. 아주 예뻐요!”, “그렇지? 자기 혼자 자란거야”, “참, 신기해요. 저 혼자 자라서 이렇게 잘 큰 걸 보면!”
이런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굳이 말로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 스스로 농작물을 키우고 거두면서 우리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도 자연의 위대함도 저절로 터득한다. 작은 노력만 기울여도 농작물은 수확의 기쁨을 커다랗게 안겨 준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4-H지도교사로 활동한 지 어느 새 3년째이다. 병천고에 온 첫해는 4-H지도교사로 오랫동안 활동한 선생님에게 어깨너머로 내용을 배웠고 그 이듬해부터 회원들을 본격적으로 지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우선 텃밭을 잘 가꾸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농부의 딸로 태어났음에도 농사일을 별로 해 본 적이 없었는데 4-H지도교사가 되면서 처음으로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학교 뒤편의 공터 약 100평 정도를 일일이 삽질해서 텃밭으로 만들었고 4-H회원들과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등의 다양한 작물을 심었다.
작년에는 텃밭 전체에 비닐을 씌우고, 고랑에는 쌀겨를 얻어다 깔았다. 그리고 이랑별로 주제를 정하여 감자 고랑, 고구마 고랑 등 작물별로 구분하여 심었더니 가꾸기도 편리하고 수확도 좋아졌다.
수확한 감자와 고구마는 ‘아름다운 조리나눔터’라는 봉사 동아리와 연계하여 인근의 독거노인 가정에 매월 1회 음식을 나눠드리기도 하고, 복지관 어르신들을 초청하여 할아버지들과 함께 요리 만드는 실습에 회원들이 가꾼 상추나 고추를 사용하기도 했다. 가을에는 배추, 무, 파, 당근 등을 심어서 배추김치, 섞박지, 총각무김치 등을 만들어 자취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드리기도 하는 등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거두기도 했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청년회원들과 팀을 만들어 ‘전국 4-H 쌀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 상금으로 인근의 어려운 독거노인 가정에 연탄기부 봉사활동을 했는데, 우리가 직접 담근 배추김치와 청년회원들이 기부한 떡 한 상자까지 푸짐하게 드리는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날씨가 매우 추웠고 눈까지 펄펄 날렸지만 하루 종일 연탄을 나르고, 쌓고, 뒷정리까지 깨끗이 하면서 환하게 웃던 표정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좋은 것을 더욱 좋게 실천으로 배우자’는 슬로건은 아이들이 직접 실천하면서 체득하는 이념이라고 여겨진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때로는 실패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또 한걸음 앞으로 나가면서 훌쩍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오늘도 4-H정신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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