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5 격주간 제875호>
[청년농업인 정책토론회 인사말] 세계 1등이 되기 위한 농업정책이 필요하다
최 병 문 한국4-H중앙연합회장 (한국청년농업인연합회장)

민의의 전당인 국회 대강당에서 전국 150개 시군의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농촌·농업 분야의 청년일자리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제발표와 패널에 참석해주신 분들께도 농촌의 미래에 대한 충정으로 과감한 비판과 더불어 좋은 제안을 부탁드립니다.
기술과 자본이 없고 훈련받은 인력도 없었지만, 기성세대의 피와 땀 그리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루어냈고, 경제적으로는 세계 중심국가로 진입했습니다. 황무지에서 조선산업과 중화학공업을 세계 정상으로 만들어냈고, 자동차산업과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전자산업과 IT산업을 세계 최고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은 윗세대의 이런 노력에 깊은 경외심과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농촌·농업은 정체되어 있고, 어떤 때는 거꾸로 간다는 느낌이 청년농업인들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한때 녹색혁명을 통하여 쌀 자립기반을 만들었고, 백색혁명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시설원예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농업도 많은 나라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그렇지만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보는 농촌의 풍경은 10년 전, 20년 전과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한국은 국토가 좁은데다, 산악지형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을 듣곤 했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국토가 우리의 40% 정도밖에 안되고 인구도 1천700만명이지만 미국에 이어 농식품 수출이 1,155억 달러로 세계 2위입니다. 우리 반도체 수출량보다 많습니다. 네덜란드보다 더 작은 국토를 가진 벨기에는 경상남북도 크기에 인구가 1,100만 밖에 안 되지만 농식품 수출은 세계 9위입니다. 우리는 68억달러로 세계 25위에도 못 듭니다.
우리나라 농촌에는 마을당 40세 이하의 청년농업인이 0.4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국 청년농업인은 1만명 정도로 농업기반도 취약합니다. 이러다가 10년이 지나면 농업기반이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 불안합니다.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그리고 모든 시군에는 청년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있습니다.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하여 생활비를 보조해주고, 창업지원금을 지원하고,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취약계층을 돕고, 청년층의 농촌 유입과 정착을 촉진하기 위하여 이런 제도는 꼭 필요합니다. 이러한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기 위하여 정책입안자들과 많은 공무원들이 고생해온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디지털 문화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청년농업인은 물론 농촌·농업에 관심을 갖는 도시의 청년들도 디지털 사회에 맞는 농업을 원합니다. 그렇듯이 농업에서의 교육과 지원도 디지털 세대의 특성에 맞는 첨단 교육과 첨단 기술을 원합니다.
언론에 성공사례로 보도되는 것을 보면, 1억, 5억, 10억, 60억 등 다양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라져갈 부모세대 방식이 아닙니다. 세계 농업과 경쟁할 수 있는 최첨단 농업과 식품 가공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과 경험을 농업에 접목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우리 청년농업인에게는 네덜란드와 경쟁하고, 미국과 경쟁하는 세계 1등이 되기 위한 교육, 세계 1등이 되기 위한 기술, 그리고 세계 1등이 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5년 후, 10년 후 달라진 농촌, 자랑스러운 농업을 대한민국에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청년농업인들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한 국가 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아젠다를 설정해주십시오.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미래로 나아가는 대한민국 농촌·농업의 배는 침몰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구명조끼로는 잠시 버틸 수 있지만, 곧 한계가 다가옵니다. 청년농업인을 지도해오신 농촌진흥청장님, 국회와 농식품부 그리고 청와대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라고 요청해주십시오. 그리고 청년농업인을 지도하는 농촌진흥청도 제도와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혁신해주십시오. 이제 농업의 금메달을 위하여 보다 디지털 사회에 맞게 혁신적인 국가 목표의 설정과 과감한 접근을 부탁드립니다.
청년농업인들은 저물어가는 부모세대의 방식을 뒤로 하고 미래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농업의 금메달을 성취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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