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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5 격주간 제87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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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의 고전산책] 나와 다른 의견도 존중해야 |
"다른 의견을 낼 때는 서두르지 말라
勿遽生別見(물거생별견)"
-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중에서
총과 칼을 휘두르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대결을 ‘언어’가 대신하는 게 요즘이다.
대결뿐만이 아니다. 정치인을 뽑을 때도 그의 말과 글을 살핀다. 흔히 말하는 SNS도 말과 글의 잔치판이다. 물론 영상과 음악도 있지만 그 속에도 의미가 들어 있으니 포함해도 무방할 것이다. ‘토크쇼’는 또 어떠한가. 그 주제가 연예가이든 기타 자잘한 웃음 찾기든 정치든 상관없이 ‘언어로 하는 쇼’가 아니던가.
밥이나 술을 함께 먹고 마실 때에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든 것, 사람은 물론 사물까지도 언어로 소통하는 것은 같다. 언제나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폰도 그렇다.
그렇게 무한대로 연결된 시대이기에 소통이 엄청나게 잘 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잘 따져보면 ‘글쎄올씨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저 사람은 얼굴도 보기 싫어.’ 그런 판단이 들면 아주 쉽게 소통을 단절할 수 있다. 관계를 끊어버리면 그만이다. 휴대폰에는 수신거절을 선택하고 SNS에서는 친구 관계를 끊으면 그만이다. TV 채널은 돌리면 그만이고 인터넷 검색에서는 클릭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무한대로 연결된 시대라고 하더라도 오히려 더 좁아진 느낌마저 든다. 혼밥이 대세라 말하기도 한다. SNS에서도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만 우글거린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이미 관계를 끊어버렸기에 그렇다. 그러다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깜짝 놀란다. ‘내 주변엔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데, 어쩜 저런 생각을…’ 그 사람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화합’이라는 것을 아주 훌륭한 가치처럼 말하지만, 우리네 일상을 살피면 어떠한가. 끼리끼리 모이고 있다. 누구를 탓할 게 하나도 없다.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과 대화하고 생활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면 안 된다.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보면 “통하면 아프지 않고 불통하면 아프다(通卽不痛 不通卽痛)”는 문장이 나온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건 통하는 게 아니다. 널리 통해야 한다. 그래야 아프지 않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불편하고 힘들다.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정약용은 이렇게 조언해준다.
“상대방과 다른 의견을 낼 때는 서두르지 말라(勿遽生別見). (나에 대한 비판에 대해)과거에 있었던 일이라고 흘려버리지도 말라. 상대에 대한 비판이나 나에게 오는 비판, 모두를 자세히 되짚어보며 연구하라. 상대방을 비판하기 전에, 그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지 말고 그의 본뜻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나에 대한 비판에 대해 반복해서 검증하고 실제로 그런 것인지 정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반대 의견을 낼 때는 면전에서 바로 나서지 말고 스스로 검증해보고 또 깊이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이 내 잘못에 대해 따지고 들 때에도 ‘옛날 일을 가지고 왜 지금?’이라고 피하지 말라고 조언해준다. 말꼬리를 잡지 말고 본래 뜻을 이해하기 위해 힘쓰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정약용은 이렇게 부연설명을 했다.
“그래서 내가 잘못 알았던 것이 있었다면 새롭게 깨달아 기쁜 일이며, 그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더 명확하게 알게 된다면 나의 지식이 깊어졌으니 만족해야지 그를 비웃으며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정약용이 말하는 함께 살아가는 지혜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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