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5 격주간 제873호>
[이달의착한나들이] 올림픽, 더 나은 세상을 향하여
레이몬드와 아버지가 함께 달리는 모습

올림픽하면, 육상경기 선수인 영국 선수 데릭 레이몬드가 떠오른다. 그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150미터를 선두로 달리다 오른쪽 다리에 심줄이 끊어져 주저앉고 만다. 그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깨금발로 걷기 시작했을 때 한 남자가 레이몬드에게 달려간다. 그는 관중석에 있던 아버지였다. “아들아, 이제 그만두어도 괜찮다. 무리하면 영원히 뛸 수가 없단다.” 그러나 레이몬드는 단호했다. “아버지, 너무 아파요. 그러나 난 끝까지 뛰고 싶어요.”, “그래 그럼 함께 가자꾸나.”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 올림픽사상 가장 느린 기록으로 400미터를 완주했다.
레이몬드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도 출전했었다. 그러나 경기 전 아킬레스건 파열로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그 뒤 무려 22번의 수술을 하고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했으나 또 다시 힘줄이 끊어졌던 것이다.
그는 말했다. “끝까지 완주하는 나를 보고 바보라고 할지 영웅이라고 할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오로지 완주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사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는 메달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다. 그것을 레이몬드는 보여주었다. 한계를 넘어서 더 나은 세계를 향해 절룩이며 걸어갔던 레이몬드. 그날 사람들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영웅을 보며 열광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은 위대하다. 그러나 넘어져도 일어나 끝까지 달리는 것은 더욱 위대하다. 그리고 고통을 함께 나누며 아들과 함께 절뚝거리며 걸어간 아버지의 사랑이 있어 세상은 변한다. 레이몬드는 24년이 지난 지금도 올림픽 영웅으로 남아있으며 올림픽 정신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도 감동적인 장면이 많았다. 이상화 선수가 은메달을 딴 직후 허리를 꺾으며 오열을 쏟아낼 때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그 눈물의 의미는 고다이라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오해였다.
뜻밖에 고다이라 선수가 이상화 선수에게 다가가 팔을 벌리고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이상화 선수도 울면서 품에 안겼다. 그리고 한 사람은 태극기를 들고 한 사람은 일본기를 등에 두르고 나란히 트랙을 돌았다. 사실 그들은 11년 지기 친구였다. 국경을 넘은 우정과 페어플레이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올림픽을 보면서도 많이 운다. 특히 선수들이 눈물을 흘릴 때 그 절절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레이몬드 선수가 일그러진 얼굴로 아버지와 어깨를 겯고 깨금발로 걸어가는 사진을 보면서도, 고다이라가 이상화를 안아주며 위로하는 장면을 보면서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며 울었다.
또 하나 나를 울린 사진은 눈밭에 서서 우리나라 김은호 선수를 응원하는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북한 코치였다. 이념을 떠나 김은호 선수를 향해 큰 소리로 응원하는 두 사람! 그 순간 우리는 하나였다.
나는 눈물을 주신 신에게 감사한다. 눈물은 반짝이며 자신과 세상을 정화시킨다. 사람들은 왜 올림픽에 열광하는가? 그것은 바다처럼 짜고 따듯한 눈물이 터져나오는 감동의 순간이 있어서일 것이다.
올림픽 정신은 ‘우정과 상호간의 이해를 통해 더 나은 세계와 평화를 창조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국가나 개인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팽팽한 대립으로 이어지는 요즈음, 사람이 사람을 안아주고 응원해 주는 것처럼 간절한 일은 없다.
지금 평창에선 페럴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장애를 극복하고 올림픽에 도전한 선수들은 나에게 지난날을 돌이켜 보게 한다. 헬렌켈러는 말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 〈김금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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