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5 격주간 제871호>
[시 론] 비만해지고 싶은 청소년은 아무도 없다

"비만관리를 청소년 스스로의 책임만으로 넘겨서는 안 될 문제다.
건강한 생활이 실천 가능한 환경인지부터 점검해보자"


김 민 정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부연구위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매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통계조사(이하 ‘청소년건강조사’)를 실시하며, 우리나라 청소년의 건강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2017년에는 799개 중·고등학교의 6만2276명이 본 조사에 참여하였다. 그 중 비만율을 살펴보면 2006년 8.8%에서 2017년 13.9%로 5.1%p나 증가하였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비만율이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20~30대 청년층 비만으로 이어지고 있고, 학업은 물론 사회생활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 추측된다. 어쩌면 대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여학생은 물론 남학생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이미 다이어트 중인 청소년도 있을 것이다. 다이어트란 참 쉽지 않은 문제다. 다 큰 성인도 야식의 유혹과 따뜻한 이불 속을 포기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청소년은 더 힘들 것이다. 이는 청소년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청소년은 성장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영양소와 수면의 필요량이 성인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올바른 성장을 하고,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뻔한 이야기겠지만, 적절히 건강하게 먹고, 규칙적으로 신체활동을 해야 한다. 즉, 아침식사를 하고, 과일과 흰 우유를 매일 먹고, 채소를 매끼 먹어야 한다. 반면 탄산음료 등 당이 첨가된 음료, 패스트푸드는 가급적 먹지 않아야 하고, 편의점 등에서 영양균형이 맞지 않는 간편식은 피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은 매일 한 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신체활동을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등교하기 바쁘고, 학교급식과 편의점, 매점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식사환경 속에 놓여있다. 청소년건강조사에 따르면, 일주일 중 5일 이상이나 아침을 먹지 않는 비율이 31.5%로 2011년 이후 지속 증가하고 있고, 과일을 매일 먹는 비율은 22.2%에 그치고 있고 또한 늘어나지 않고 있다.
반면 주 3일 이상 탄산음료를 마신 비율은 33.7%로 증가 추세에 있다. 또한 매일같이 꽉 짜인 학업 일정 속에 있다 보니 신체활동을 실천하지 ‘않는’ 비율이 세계최고치(남학생 91.9%, 여학생 97.8%)를 기록하고 있다(WHO).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의 생활습관은 점점 더 건강과 멀어지고 있고, 비만율 또한 더불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둘 수는 없다. 결론은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건강한 선택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첫째, 청소년 생활공간 내에서 과일을 매일 먹을 수 있고, 단 음료 대신 생수를 마실 수 있게 해주자. 청소년들이 과일을 먹지 않는 이유는 ‘과일이 없어서’, ‘과일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과일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급식에서도 생과일이 더욱 자주 다양하게 배식될 수 있도록 노력함은 물론, 중간 쉬는 시간을 과일간식 시간으로 만들어 과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겠다.
또한 커피자판기, 음료자판기 대신 생과일 자판기와 생수자판기로 교체하는 것도 제안한다. 건강한 자판기 교체는 이미 호주(Healthy vending at school), 영국(Healthier vending)에서 추진되고 있는 현실성 있는 전략이다. 또한 지난해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초등돌봄교실 내 과일간식 공급이 전국 확대될 예정이고, 학교급식 등 공공급식에 과일간식을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 중에 있어 희망이 보인다.
둘째, 신체활동을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라면 앉아서 보내는 시간을 줄여주자.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만큼,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은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청소년건강조사에 따르면 학습을 목적으로 주중 평균 453분(7.5시간) 앉아있다고 한다.
앉아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서서 공부할 수 있는 스탠딩 책상을 각 교실에 배치하는 것이다. 서울시 강동구에서는 이미 추진 중으로, 이는 비만예방관리 효과가 있었던 핀란드의 세이나요끼시의 사례를 도입한 것이다. 부산지역의 일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도 반마다 스탠딩 책상을 몇 개씩 갖추어 활용 중에 있다.
비만은 청소년 개인이 잘못해서 생긴 문제도 아니고, 개인이 해결해야 할 잘못도 아니다. 청소년이 처해있는 환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청소년의 생활환경 속에서는 비만이 줄어들고,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건강한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데 힘써야 하겠다.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작은 정성, 위대한 첫걸음! - 4-H교육활동 후원하기
다음기사   새해 4-H회원 교육프로그램 본격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