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를 잘하는 사람은 배반하지 않는다
好諫者 不(호간자 불배)"
- 《목민심서(牧民心書)》 중에서
윗사람을 보필하는 신하를 나타내는 단어 중에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게 바로 간신(奸臣)과 충신(忠臣)이다. 간신(奸臣)은 간사(奸詐)한 신하를 뜻하며 충신(忠臣)은 충직(忠直)한 신하를 뜻한다. 그런데 간신과 충신에 대한 이해가 정밀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충직한 신하는 누구에게 충직한가? 자기 윗사람에게 충직한가? 아니다. 충(忠)은 마음(心)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심(中心)을 잘 잡는 것을 말한다.
올바름을 추구하고 공평함을 추구한다. 윗사람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올바름에 대해 충성을 다한다.
간사한 신하는 누구에게 간사한가. 자기 윗사람에게 간사함은 물론 올바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따른다.
“아첨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충성스러움이 없고, 쓴소리를 잘하는 사람은 배반하지 않는다(善諛者 不忠 好諫者 不).”
정약용이 지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 나오는 말이다. 계속 이어지는 정약용의 말을 들어보자.
“지방의 작은 고을을 담당하는 현령(縣令)은 지위가 비록 낮으나 그 마을에서는 군주와 같은 권력을 지니게 된다. 현령은 민초들 가까운 곳에 근무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그러므로 아첨하는 자를 멀리하고 쓴소리를 잘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현령의 명령을 받들어 실행에 옮기는 중간관리들을 잘 다루어야 한다. 그들은 현령이 말할 때 얼굴을 바라볼 수 있으므로 안색을 살펴 현령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아첨으로 비위를 맞추어 현령을 악으로 인도한다. 그들은 현령이 사실 파악을 못하게 만든 후 자신의 이익을 마음껏 취한다. 현령에 대한 비방이 들끓어도 ‘칭송하는 소리가 길에 가득하다’라고 말하며, 현령이 파직될 기미가 보여도 오히려 ‘오래 재직할 것이니 염려할 것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현령은 기뻐서 이 사람만이 충성스럽다고 여긴다. 그러다 중앙에서 감사가 내려와 조사를 시작하면 어제까지 면전에서 아첨하던 자는 스스로 증인이 되어 수령의 자잘한 잘못까지도 들추어낸다. 그래도 그러한 상황 속에서 변호해주려고 애쓰는 자는 바로 전날까지 귀찮게 쓴소리(간쟁(諫爭))를 하던 사람일 것이다. 현령으로 부임한 자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소 입 속의 혀처럼 굴던 사람은 이익만을 따르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모시던 윗사람이 곤경에 처하면 얼굴빛을 바꾸고 내부 고발자가 되어 작은 죄도 크게 부풀리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까지 윗사람에게 덮어씌우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윗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앞에서 항상 옳고 그름을 따지며 쓴소리를 일삼던 사람은 다르다.
오히려 쉽게 배반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모시던 윗사람이 곤경에 처하더라도 당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며 변호해주려고 애쓴다. 과도한 것을 지적하고 왜곡된 것을 바로잡으려 노력한다.
윗사람들은 왜 곤경에 처하곤 하는가. 쓴소리하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아첨하는 사람들만 가까이 하기 때문이다.
쓴소리하는 사람을 간신(諫臣)이라고 한다. 간신(奸臣)과 한자가 다르다. 간신(諫臣)이라고 할 때의 간(諫)은 윗사람이나 임금의 옳지 못한 행동이나 말 등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권고하는 것을 뜻한다.
잘못을 지적하고 그것을 개선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간신(諫臣)이라 말한다. 곁에서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고맙게 여기며 그를 아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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