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6 월간 제56호>
우리의 민속놀이
● 여성, 집안일에서 벗어나 봄기운으로 충전하다 … 화전놀이 

화전놀이  음력 삼월 삼짇날 교외나 산 같은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음식을 먹고 꽃을 보며 노는 꽃놀이로 신라시대 궁인(宮人)들이 봄놀이를 하면서 꽃을 꺾은 데서 비롯됐다.
  여성들의 화전놀이는 춘삼월 진달래꽃이 만발할 무렵에 마을 또는 문중의 여성들이 통문을 돌리거나 해서 놀이를 가기로 뜻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된다. 뜻이 모이면 시어른들의 승낙을 얻은 뒤에 구체적인 준비한다. 참여 인원은 대략 30~60명 내외로 젊은이로부터 늙은이까지 두루 참여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삶의 이력이 붙어 집안이나 마을에서 인정받는 중년 여성들이 주도하며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따라가지 않는다.
  날이 정해지고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여성들은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놀이날이 되면 미리 준비한 음식과 조리도구 그리고 지필묵(紙筆墨)을 챙긴다. 여성들은 어느 때보다 용모에 정성을 들여서 곱게 단장하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놀이하는 장소는 보통 마을에서 10리 안팎의 거리에 있는, 산천경개가 수려한 곳이다.
  현장에 도착하면 우선 음식을 장만한다. 이미 가져간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만발한 진달래꽃잎을 한 움큼씩 따와 화전(花煎)을 만든다. 또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힌 것을 가늘게 썰어 오미자 국에 띄우고 꿀을 섞고 잣을 곁들여 화면(花麵)을 만들기도 했다.
  화전을 다 부치고 푸짐한 먹거리가 마련되면 본격적인 놀이판이 벌어진다. 판마다 한결같지는 않았지만 음주가무를 즐기고, 시댁 식구 흉보기를 비롯해서 거리낌 없는 담화가 이루어졌다.
  화전놀이는 여성들이 평소 숨겨두었던 다양한 재주를 마음껏 드러내는 경연장이 되기도 하였으니, 놀이판은 연극과 엉덩글씨, 봉사놀음, 꼽사춤과 병신춤, 모의혼례와 닭싸움 같은 다채로운 놀이로 채워졌다.
  다른 한편으로 화전놀이는 화전가의 산실이기도 하였다. 화전가는 일반적으로 서사(序詞), 신변탄식, 봄의 찬미, 화전굽기, 이별과 재회 기약, 귀가 등의 내용으로 지어졌다.
  풍요로운 음식을 먹고 마시며 가무악과 놀이를 즐기는 가운데 어느덧 초봄의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간다. 이제 여성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걸 어찌할 수 없다. 내년의 화전놀이를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여성들의 손에는 곧잘 한 움큼의 봄꽃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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