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DDA농업협상 흐름 주도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제네바에서 진행되고있는 농산물 자유화 협상이 강자들의 주도하에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호주, 인도, 브라질 등 5강(G5)은 지난 23일 개막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위원회 특별회의에서 수입 농산물의 관세인하 감축 공식을 놓고막바지 조율과 타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를 비롯한 농산물 수입국 그룹은 시장개방이라는 대세에 역행하는 듯한 입장, 수적으로 소수라는 약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협상 흐름의 주류에서 밀려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관세인하 방식 계속 논란=이번 특별회의에서는 시장접근과 수출경쟁, 국내보조 등 3개 의제를 놓고 25일까지 사흘간 논의를 벌이며 마지막날인 25일에는 결과에대한 팀 그로서 의장(뉴질랜드 대사)의 평가가 있을 예정이다.
그러나 WTO회원국들의 최대 관심사인 관세인하 공식을 놓고 24일 현재 숨가쁜밀고 당기기가 계속되고 있어 쉽사리 방향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EU는 지난해 8월 우루과이 라운드(UR)공식과 스위스 공식, 무관세 등 3가지를 절충하는 형태의 '혼합관세인하방식'을 제시했으나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각료회의가 결렬되면서 일단 무산됐다.
고율관세에 대한 대폭 삭감을 요구하는 것이 스위스 공식의 핵심. 호주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수출국(케언스그룹)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현재 농업위 특별회의에서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계층(혹은 밴드)관세인하방식'이다.
브라질과 인도를 위시한 20개 개도국 그룹(G20)은 지난달 혼합관세인하방식이 A미.EU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라면서 고율관세와 저율관세에 차등적으로 인하폭을적용하고 제한적인 예외를 인정하는 이 방식을 제시했었다.
G20가 제시한 '계층방식'은 ▲관세율의 높낮이에 따라 여러 단계로 품목을 그룹화하고 그룹별로 관세 삭감비율을 정하며 ▲관세를 일정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관세상한'을 설정하되 ▲제한된 민감 품목에 예외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G20의 새로운 제안이 나온 이후 미국과 EU, 호주, 브라질, 인도로 구성된 5강은OECD회의(파리)와 UNCTAD총회(브라질 상파울루) 등을 통해 계층 관세인하방식을 이번 특별회의에서 중점 논의한다는 공감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23일 계층관세인하 방식에 스위스 공식을 도입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교섭에 난항을 초래하고 있다고 WTO 소식통들은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5강 가운데 케언스 그룹을 대표하는 호주는 미국의 입장을지지하고 있으나 EU와 브라질, 인도는 이에 반대하고 있어 5강내에 균열이 벌어지고있다는 것. 이 때문에 협상의 흐름은 다시 주춤한 상황이라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 ▲수입국 그룹은 운신폭 제한= WTO는 7월말까지 DDA(도하개발어젠다)협상의 세부원칙 기본골격을 마련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성패의 관건이 되고 있는 농업협상의 타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협상은 이처럼 중대한 고비를 맞이함에 따라 한국과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를포함한 수입국 그룹(G10)도 가급적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지도록하기 위해 공동 조율을 강화하는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최정섭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 등 관계부처 공무원 합동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파견됐다. 한국측은 쌀을 위시한 민감품목을 대폭적인 관세 삭감 대상에서 지키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G10은 식량안보를 포함해 농산물의 비교역적 기능을 중시하는 그룹으로, 한국과일본, 스위스, 노르웨이가 핵심국가들이다. 그룹에는 대만과 이스라엘, 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관세상한 설정과 수입의무물량(TRQ)의 증량에 반대하며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제한적 예외조치가 아닌,특별한 인하폭의 설정을 요구하고 있는 입장.
G10은 내달초 공동 보조를 강화키 위해 일본의 주도로 내달 5일 제네바에서 농업담당 각료의 회동도 추진중이다.
G10이 각료급 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세를 불리기 위한 목적. 그러나 저간의 사정을 돌아보면 한국과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등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나머지 국가들의 참여도는 미온적인 것이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간 차원의 공조도 마찬가지. 23일 G10의 농민단체 명의로 공동성명이 발표됐지만 실질적 노력은 이들 4개국 농민단체들이 주도한 것이었다.
▲농민단체 협상 결과 예의주시= G10 농민단체들이 낸 성명은 5강에 의해 주도되는 협상 결과를 경계하는 것이 골자. "농업의 비교역적 고려사항들이 DDA농업협상세부원칙의 불가분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금의 DDA농업협상의 흐름은 "한가지 관세인하방식을 모든 것에 적용하려는 공격적 접근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G10 농민단체들의 시각이다. 5강의 입김이 크게작용하면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G10농민단체들은 ▲관세 상한 도입은 수용할 수 없고 ▲최소시장 접근(MMA)물량은 확대돼서는 안되며 ▲농업의 경쟁력이 없고 농산물 수입에 민감한 진정한 개도국에 대한 우대 조치는 강화돼야 한다는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G10농민단체의 연대 활동은 이날부터 25일까지 제네바에서 WTO농업위원회 특별회의가 개막되는데 때를 맞춘 것이다.
G10 국가들은 민감품목에 대한 예외 인정을 요구하는데는 한 목소리다. 다만 품목은 차이가 있고 각자가 처한 농업 기반에도 다르다. 한국은 일본과 쌀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입장이 일치한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쌀을 포함한 민감 품목은 일률적인 관세 삭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적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한.일은 쌀의 관세가 대폭 삭감되는 '참패'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쌀 외의 다른 농산물은 대폭적인 관세 인하 대상에 들어갈 수도 있고 일단 예외적 취급 가능성이 있는 쌀마저도 어느정도의 관세 인하와 의무적인 수입물량의 확대를 재촉 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
제네바에 와있는 한국 농협의 한 관계자는 협상의 흐름이 미국을 포함한 5강의주도하에 이뤄지는데다 수입국 그룹의 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면서 7월말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G10의 일원이지만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보다 기반이 취약한 개도국이 분명하며 앞으로도 그 지위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한국은 여러 모로 선진국이며개도국이라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