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일탈을 꿈꾼다..." 4-H 사이버 백일장 응모작
인수중학교 4-H 3학년 백 승 환
『프롤로그...』
"잇차∼!! 잇∼차∼ 잇∼차∼∼"
"훠이∼ 훠∼이∼ 훠∼이∼∼"
"순둥아∼∼∼" "움∼머∼∼∼"
새벽아침의 정적을 깨는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밝은 빛이 켜진다. 이것으로 오늘도 이 마을의 기상사이렌은 울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오늘도 아침잠의 달콤함을 30분 덜 느꼈지만 그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요란하게 퍼지는 기계음의 메아리는 그들의 하루일과의 시작을 알리기에는 너무나도 따분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그들의 하루일과를 또 하나의 문명으로 맞이함은 또 다른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일탈을 꿈꾼다...
어제의 또 다른 시작이다. 언제나처럼 대로와 순둥이의 메아리가 가장 먼저 다녀간 김씨 아저씨네 집의 트랙터가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위∼잉, 두두두두∼∼"
"어∼이 대로∼∼ 오늘은 순둥이가 기분이 좋은가봐? 허허허∼"
"예∼! 안녕히 주무셨어요∼"
김씨 아저씨는 컴컴한 어둠 속으로 대로의 목소리만 확인하고는 다시 잠을 청하러 방으로 간다. 하지만 대로라 불리는 사내는 다시 순둥이와 화음을 맞추며 일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이리해서 오늘도 역시나 김씨 아저씨네 '순둥이' 와 대로네 순둥이의 전쟁이 시작된다. 매일 지기만 하는 순둥이도 참으로 끈질긴 것이 오히려 앞에서 대로를 끌어당긴다. 하지만 그런 순둥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대로는 순둥이를 타이르기 바쁘다.
"이 녀석아, 돈맛도 모르는 것이 뭘 그리 힘을 못내 안달이냐...쯧쯧..."
"움∼머∼∼ 움∼머∼∼"
하지만 주인을 닮아 이 순둥이란 놈도 똥고집을 부린다. 그러자 오늘도 대로는 순둥이의 이름을 잘못 지었다며 투덜댄다. 사실 대로나 순둥이는 세상 빛을 본지 2년 정도 지나서야 이름이 정해졌다. 대로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주워와 길렀고, 순둥이는 대로가 주워와 길렀다. 대로의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고집이 셌던 대로를 '나대로' 라 이름졌다. 솔직히 지아비 없이 매일 성경책만을 바라보며 지내는 그녀로서는 대로의 이름에 자신의 종교적 신앙을 담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이 놈 대로의 고집이 워낙 세다보니 그녀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것이다.
그런 대로가 의젓한 청년이 되었지만 이제는 이 놈 순둥이가 또 나타나 속을 썩이니 대로 는 이제서야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사죄의 기도를 올린다. 솔직히 철도 들기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라 그 동안 어머니의 고마움과 불효의 미안함을 몰랐던 대로라지만 순둥이와 함께 하다보니 이제는 매일 어머니께 기도를 드린다. 어쩌면 순둥이야말로 효자가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대로와 순둥이가 자신들만의 애정 표시를 하는 동안 김씨 아저씨네 트랙터는 부지런히 계속 달려나간다. 이쯤 되면 슬슬 다른 놈들도 하나씩 일을 시작한다. 이제 산 속의 자그마한 농촌에는 4대의 트랙터와 순둥이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진다. 이제서야 대로는 순둥이와의 실랑이를 멈추고 혼자서 조용히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솔직히 기도라기보다는 단순한 중얼거림에 가깝지만 대로는 매일 해오고 있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마을회관에서의 주일 기도 연습이라 할 수 있다.
대로는 항상 그 날을 기다린다. 마을 어르신들께 인사도 드릴 수 있고, 꼬마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성경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마을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꼬마 아이들에게도 이 날은 특별한 날이다. 컴퓨터와 로봇만으로 되풀이되는 하루하루에 유일한 재미를 심어주는 날이기 때문이다. 대로에게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은 대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매우 재미있어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주일 기도 날의 인기상은 순둥이의 몫이다.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실제로 동물을 보고 만질 수 있다는 것이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작은 일탈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대로와 순둥이를 좋아하고 그들에게 항상 웃음을 배워간다. 간혹 순둥이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순둥이의 웃음소리를 흉내내는 어린아이들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그들에게는 즐거움인 동시에 기계 속에서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생명인 것이다.
대로는 갑자기 그리워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잠시 기도를 멈추고 눈을 감았다가 쓴웃음을 지어본다. 순둥이는 그 앞에서 계속 밭을 갈며 김씨 아저씨네 트랙터와의 경주를 계속 해나간다. 대로는 이런 순둥이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달콤한 몽상에서 깨어난다. 다시 드리우는 현실에는 배고픔이 밀려온다. 주위엔 순둥이와 배고픔을 모르는 4대의 트랙터뿐이다. 하늘을 둘러봐도 시간을 도저히 시간을 알 수 없다. 마치 지구를 외계의 공격으로부터 지키려는 듯한 두터운 오존층이 햇빛마저 차단하려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곳은 농촌이라 나름대로 상황이 낳은 정도지만 저 멀리 스카이라인이 선명한 도시에는 문명의 햇빛만이 환하게 빛날 뿐이다.
그렇게 대충 둘러본 후, 대로는 아침밥을 먹으러 순둥이와 집으로 향한다. 그들을 반기는 또 하나의 가족, 낡은 중고 로봇...대로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가족에게조차도...사람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의 한 구석에 "안녕" 이라는 두 글자를 집어넣는 것이 그것들에게 요리를 시키고, 집안 일을 시키게 하는 것보다 힘들었나보다.
이렇게 일상이라는 우리 속에 갇혀 사는 대로에게 유일한 희망은 순둥이와 성경책, 그리고 주일 기도뿐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솔직히 인간에겐 요일이란 별로 의미가 없다. 톱니바퀴...오직 계속 돌아갈 뿐 벗어나질 못하는 그들에게 하루하루란 의미를 찾아보긴 힘들다. 하지만 대로에겐 토요일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토요일의 다음 날이 일요일이라는 단순 이론 때문이다. 거기에 시간은 흐른다는 기본 이론이 첨가되어 일요일이 다가온다...
대로와 순둥인 여느 때처럼 가장 먼저 일어나 가장 먼저 마을 회관의 문을 연다. 그리고는 대로는 청소를 시작한다. 이것이 그들의 하루간의 일탈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로봇이라는 뛰어난 가정부를 둔 인간들은 움직이길 싫어한다. 그렇기에 청소란 대로에게 또 다른 일탈이 된다. 청소가 끝나고 좌석을 하나하나 정리할 때면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서로 인사를 하며...앞집 이웃과 나누는 일주일만의 인사다. 기쁘지도 나쁘지도 않다. 인사란 것이 인간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던 것은 옛 시대의 이야기인 것이다.
드디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모였다. 하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아니다. 모두들 대로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대로는 앞으로 나가 인사를 한다. 이번엔 마을 사람들도 인사를 받아준다. 문명은 영원히 그들의 마음까지는 지배하지 못할 듯 싶다. 이렇게 대로의 기도는 시작된다...
그들은 일탈을 꿈꾼다...문명의 독재...일상...
그들은... 일탈을 꿈꾼다...
『남길 말...^^』
먼저, 이런 졸작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대로와 순둥이를 통해 인간, 아니 생명의 본성을 논하면서 농촌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싶었지만 워낙에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작품이 나와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음에도 혹시나 이런 기회가 또다시 생긴다면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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