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가 되어…
영상4-H 2학년 정보과 2반 김 영 옥
새벽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비 오는 소리 때문이었을까 아님 설레임 때문이었을까 일요임에도 유난히 일찍 눈이 떠다. 오늘 서울에서 친구들이 오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었을것이다. 그루터기여가생활학교.. 정신지체장애자 학생들로 작년여름방학에 함께 송호리 청소년 수련원에서 합숙을 하며 친숙하였던 친구들이었지만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과 작년에 실수를 생각하면서 걱정도 되었다. 한참 식당 아주머니들과 함께 다과와 점심식사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친구들이 학교에 당도했다. 문희준, 주선이 등 낯익은 친구들도 있었고, 대부분은 새로운 친구들로 등장부터가 요란하고 정신없이 소리지르며 뛰어다니고, 엎어지고....
처음엔 낯설은 학교 전경과 우리 회원들이 익숙치 않아서인지 얼굴이 찡그리고 말도 않고 눈망울만 굴리는 친구들의 티없는 맑고 순수함에 나의 맘이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시끄럽고 요란하던 점심식사가 끝나고, 그루터기장애학교 학생들과 조를 나누고 선생님의 친구들소개가 있었다. 각각 호명하는 이름소리에 힘찬 목소리, 혹은 기죽은 대답, 어떤애는 환한 얼굴 표정과 힘찬 모습으로 대답을 하며 우린 서로 인사를 마쳤다.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우리 앞에서 쑥스럽게 인사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나 예쁘게만 보였다 새벽부터 내린 비는 여전히 그칠 줄 모르고 다음 일정대로 과연 진행을 할 수 있을까 선생님들의 분주한 의논이 있어 보였고, 우리의 만남을 감격해하는 하나님의 눈물세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잠깐의 스케줄 관리를 하고 그루터기학생들과 함께 과수원길을 지나서 우리4-H회원들이 봄부터 정성들여 가꾸어 놓은 감자밭, 고추밭으로 갔다 비가 와서 운동화를 다버리고 불편도 많았지만 우리4-H와 그루터기친구들은 우산은 썼지만 절반은 비를 맞으며, 땅속에서 감자가 나올 때면 소리를 지르고 서로 내것이 크다고 대어도 보고 장난도 치었다. 고추도 따서 준비한 비닐봉지에 담았다 . 비에 젖으면서도 즐거워하는 모습에 어릴 적 순수하고 맑았던 나의 옛 모습이 그리워지기도 하였다 함께 캔 감자를 가지고 우리는 농업기술센터로 갔다 . 센터 강당에서 2부행사로 장기자랑을 하였는데 어설프고 낯선 표정은 간데없이 우리회원들과 장애친구들은 금방 하나가 되어 무대에 올라 몸을 흔들고 목청을 돋구었다. 모든 것이 부족한듯한 친구들이었지만 춤 솜씨만큼은 우리들보다 더 잘했다.
내 파트너 김정곤 학생은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추러 무대를 향하여 뛰어나갔다. 내 파트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TV와 가까이 지내지는 시간이 많아서 TV에서 하는 율동을 많이 배운 듯 하였다. 그동안 나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무시하고 업신여기며 아래로 내려보았던 자신이 몹시도 미웠고 후회되었다. 단지 자신과 좀 다르다는 이유로 .....
오늘 그루터기 학생들을 보면서 새롭게 느낀 것이 있다. 어쩌면 평범한 우리보다도 그들이 더 깨끗하고 맑은 영혼을 지녔을 지도 모른다고...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너무나도 여리고 투명한 영혼이 있었기에 그대로 지상에 내려보내면 행여나 맑은 영혼 버리실 까 봐 그들에게 장애를 주어 남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하신 것 같다. 그것이 잠깐의 소외일지라도..... 2부 행사를 마치고 우리가 가꾸고 수확한 감자를 삶아서 먹는 시간이 되었다. 그루터기학부모님들과 친구들은 맛있다며 뜨거운 감자를 호호 불며 맛있게 먹었다. 감자간식을 마치고 난 후 우리들은 기념촬영을 했다. 예쁘게 나오지 않을까 봐 파트너와 V자를 그리며 미소도 지어보았다. 이제 헤어져야한다는 사실을 알아서일까? 그루터기 친구들은 손도 꼭 잡고 놓지 않으며 한 형제처럼 신뢰를 보였다.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길 ..... 이제헤어지면 다음을 기약 할 수 있을까 마음이 아팠다. 나와 친구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비는 더욱 거세게 때려댔다. 헤어짐이 아쉬워서였을까? 다음을 기약하지 못해서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를 바라보던 친구들의 눈이 왜 그렇게 맑고 영롱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장애 친구들이 나보다 맑은 영혼을 지녔기 때문이란 것을,
내리는 비속에 아쉬움과 장애인이 우리와 같이 세상에서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는 그날이 올 날을 생각하며 벌써 그리움에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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