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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혈병 딛고 국토종단 "이한솔"
작성자 정찬희 조회 1136 등록일 200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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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내딛기가 너무 힘들다. 살을 에는 칼바람이 문제다. 출발한 지 3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버지가 곁에서 맥아더 장군의 시 '아들을 위한 기도'를 읊어준다. 이한솔군(13)은 마음을 다잡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어둠이 주변을 다 집어삼킨 뒤에야 비로소 여장을 푼다. 꽤 걸었을 성싶은데 고작 2㎞에 그쳤다. 목표 평균치 30㎞에 훨씬 못 미치는 거리다.
 
대장정 첫날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대장정의 길이는 한반도 끝자락 해남에서 임진각까지 총 560㎞다. 그가 어머니 치마폭에 싸여 어리광이나 부릴 나이에 백혈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도보로 국토종단에 나선 데에는 동병상련과 자축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다섯살 때부터 백혈병에 시달려 온 그는 주변 사람들의 온정 덕분에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말 완쾌 판정을 받았다.
 
"국토종단을 가족과 함께 계획할 때만 해도 기대감에 들떠 있었어요. 막상 걷기 시작하면서 너무 후회스러웠죠. 3일을 넘기자 조금씩 자신감과 책임감이 생겼어요."
 
그는 대장정 3일째부터 하루 평균 30㎞ 내외를 주파했다. 밥 먹는 시간을 빼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걷고 또 걸었다. 아버지 이영민씨(47)가 수호천사로 나섰다. 며칠 순항이 거듭되던 대장정에 암초가 찾아들었다. 7일째의 오후, 전남 백양사역 부근 오르막길에서 발목 부상을 입었다. 질주해 오던 트럭을 황급히 피하던 중 돌부리에 걸려 길섶 내리막길로 뒹굴렀다. 아킬레스건이 쑤시고, 다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뼈에는 이상이 없는데 인대가 늘어났다. 뒤꿈치에 안티프라민을 듬뿍 바르고 붕대를 여러 겹으로 칭칭 감았다. 응급처치가 끝나자 그의 아버지는 걸음을 재촉했다.
 
"너의 한걸음 한걸음이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어. 자, 일어나자."
 
그는 야속함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버지는 벌써 몇 걸음 앞서 나갔다. 우물쭈물할 겨를이 없었다. 자칫 꾸지람이 날아들 수 있어서다. 그는 아버지와 눈을 맞추기는커녕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도 지금까지와 달리 입을 닫았다. 그에게 들으란 듯이 틈나는 대로 '아들을 위한 기도'만 암송했다.
 
대장정이 보름째에 접어드는 날 오전, 한솔이는 절로 힘이 솟았다. 서울이 눈앞에 펼쳐졌다. 포근함이 밀려들었다. 지금껏 순례한 땅과 다를 바 없는데도 왠지 안도감에 사로잡혔다.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마음이 후련하고 시원해졌다. 다리가 가벼워지고 걸음은 빨라졌다.
 
서울을 지나 북상하면서 힘이 솟아올랐다. 지나온 길과 달리 마주치는 이들이 박수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길가에서 마주친 아주머니들 가운데 몇몇은 그에게 달려와 이마에 뽀뽀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휠체어에 몸을 실고 노변에 나와 그를 기다리던 20대 초반의 형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은 것을 보니 참으로 장하구나. 네가 나보다 어른이야"라며 두손을 꼭 잡아줬다. 20일의 대장정은 단 하루의 오차도 없이 막을 내렸다.
 
"임진각에 도착하자마자 백혈병과 사투를 벌이는 어린이들을 위해 기도했어요. 하루빨리 완쾌돼 나와 같이 국토종단에 나설 수 있도록 말이에요."
 
한솔이의 국토종단은 인터넷으로 가정에 생중계됐다. 일반의 격려메일은 물론 백혈병 환자 5,200여명이 감사메일을 보내왔다. 그 덕에 동생도 생겼다. 이병권군(8)과 의형제를 맺었다. 현재 서울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이군은 10∼20대의 건강한 골수가 급히 필요한 실정이다.
 
"병권이가 일어나기만 하면 이제 생각하기도 끔찍한 국토종단에 다시 나설 수 있어요. 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니라 '관심병'이에요. 관심만 조금 기울이면 완치가 손쉬운 병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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