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랫동안 소식 없었던 사람들의 전화를
세 통이나 받았습니다.
여러 달 혹은 여러 해 동안의 무소식
후에 말입니다.
살다보면 어느 땐가는 주변의 사람들이 연이어
떠나갈 때가 있고,
또 어느 땐가는 떠나갔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 때가 있습니다.
내 삶의 평안을 위해서는 주변의
마음통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떠나가지 말았으면 하지만
우리 인간의 모이고 흩어짐이 물고기
떼와 같은가 합니다.
더
마음 아픈 것은 의지되는 사람들은 언제나 내가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떠나간다는 사실입니다.
무언가 일상이 순조롭지 못하여
이미 삶에 회의가 일어날 때에
그들은 일부러 때를 맞춘
듯 한사람씩 떠나가 버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상심한
마음에 소중한 사람들과의 별리가 더 큰
상처를 주고 자신의
박복함을 탓해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못
마시는
술을 마셔보고 그들과 함께 거닐었던 도시 이곳저곳을
떠돌아
보아도 떠나간 사람의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습니다.
운이
좋은 어떤 사람들은 새로이 마음통하는 동무를 찾아내기도
하지만
그 동무들 또한 상처를 남기며 떠나갈 때가 있다는 것을
한
삼십년 열심히 세상 구경한 사람은 다 압니다.
떠나가는
사람은 영 떠난 것이 아니며 머무는 사람이 영 머무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생명 있는 것은 죽는다는 명제만큼이나
양보 없는 회자정리의
원칙을 알고 나면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오직 한가지 뿐 인가합니다.
언젠가의 재회를 위한
준비 말입니다.
그 만남이 며칠 후이든 몇 년 후이든, 또는 이곳에서건
저
세상에서 건이 무어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일겁니다.
즉,
우리가 시간의 장난을 이겨낸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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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숙님의 '그대를 부르고 나면 언제나 목이 마르고'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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