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빅뱅이 있었다고 한다. 인간과 자연과 우주의 시점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때가 1백50억년전쯤이라고 말한다. 빅뱅 이후 원자기호 1번인 수소와 2번인 헬륨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별들이 형성됐다. 수십억년 전에는 지구에서 생명이 출현했다. 사람과 자연은 1백50억년 우주 진화의 결정체인 것이다.
과학자들이 알려주는 자연의 세계는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우주에는 찰나와 영원, 극미(極微)와 무한대가 공존한다. 10억분의 1미터인 ‘나노의 세계’와 초속 30만㎞인 빛의 속도로 1백억년 이상 달려야 하는 무한대의 공간이 함께 한다. 시간적으로는 1조분의 1초 단위부터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의 흐름이 이어진다. 이같은 우주는 불변의 법칙에 의해 유지되고 움직이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밝힌 물질과 에너지간의 기본상수인 ‘빛의 속도의 자승’, 만유인력 상수 등 우주는 정연한 수학적 질서를 갖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기본언어는 수(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은 우주는 ‘거대한 닮은 꼴’이라고 설명한다. 원자는 핵과 주위를 도는 전자, 그리고 그 사이의 빈 공간으로 구성된다. 태양계도 바로 이 모습이다. 무한대의 빈 공간에 펼쳐진 우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간 자신과 자연은 사람들의 본능적인 지적 욕구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정신과 마음, 눈에 보이는 자연과 우주는 탐구의 대상이었다. 이런 점에서 인문학과 과학은 인류문명의 쌍두마차이다. 자연의 근본과 법칙을 밝혀온 인간의 노력은 거부할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었고 또 성과였다. 이것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더욱 그럴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 코페르니쿠스, 뉴턴, 아인슈타인 등이 과학사를 장식한 인물들이다.
사람들은 과학을 탐구할 뿐 아니라 이를 이용해 혁명적인 변화들을 이루어냈다. 자연속에 숨어 있는 잠재적 가능성과 힘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불과 100년전 순종 시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과학기술의 힘이다. 현대과학은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을 몰아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대 과학기술 문명에 뒤떨어져 역사적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조선 왕조의 국권상실과 일제 36년, 그리고 오늘까지 이어진 분단은 과학기술 문명의 흐름에 효과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시대는 끊임없이 계속된다. 정보기술(IT), 인간게놈을 밝혀낸 생명공학, 나노로봇과 나노컴퓨터로 상징되는 나노기술 등 차세대 핵심산업을 포함한 미래의 과학은 다시 21세기 인류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도 담겨 있다. 우리가 과학기술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이유들이다. 다시 한번 시대의 흐름에서 낙오되는 뼈저린 체험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올들어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수능 응시자 중 이공계가 27%에 불과했고, 이공계 기피현상에 따라 서울대 등록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90년대 말부터 가속화된 이공계 기피현상이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와 삼성경제연구소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사이언스지는 ‘1960~70년대 한국의 과학기술인 우대와 청소년들의 이공계 선망 분위기가 고도성장을 낳았다’며 ‘2000년대 초 이공계 기피현상 속에서 2010년 이후 한국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 현상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원인과 처방에 대한 많은 의견들을 내놓았다.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 대책은 관련 부서들이 함께 해야 할 성질의 것들인데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때 반짝하고 나몰라라 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과학기술진흥은 정부가 핵심적인 ‘국가 아젠다(의제)’로 설정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과학한국은 21세기 우리의 살길이 아닐까.
&이연재 논설위원의 글을 인용 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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