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희망을 낳고>
들녘 귀퉁이에 작은 연못이 있었다.
위에서 흘러드는 물줄기가 있고,
밑에서 역시 물이 나고 있었기 때문에
연못은 늘 물로 찰랑거렸으나
늪지대인지라 잡풀과 모기가 끓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연못에 물줄기를 따라서
까만 씨앗 하나가 들어왔다.
그 이튿날부터였다.
물풀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진흙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은.
그것은 연못 식구들이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는
별천지 말소리였다.
"희망을 이야기하자. 행복을 이야기하자.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자."
연못식구들이 투덜거렸다.
"무슨 소릴 하는거야?
우리한테 무슨 희망이 있어?
흘러들어 오는 것은 흙탕물이
맑은 물보다 더 많잖느냐 말이야.
행복이라구? 여기선 죽지 못해 사는거야.
아름다움이 어디 있어.
모기들만 들끓는 곳이라구."
그러나 그 까만 씨앗으로부터
비어져 나온 줄기와 이파리들은
영 다른 얘기만을 하였다.
"왜 희망이 없어?
꽃들이 우리 연못을 가득 덮을 수도 있는걸.
저 시원한 바람을 들이켜봐. 행복하잖아?
밤이면 우리를 찾아 반짝거리는 별들을 봐.
얼마나 아름다워."
연못가의 갈대가 언덕 위에 있는
미루나무를 행해 물었다.
"누구 말이 맞는가요?"
미루나무가 한참 침묵하고 있다가
"좀 기다려보자꾸나."
아아, 그런데 어느 여름날 아침이었다.
그 물풀의 동긍동긍한 잎들 사이로
노오란 꽃송이들이 비어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마침내 수련꽃으로 가득 덮여진
연못을 내려다보며 미루나무가 중얼거렸다.
"그래, 세상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게 마련인가 보구나.
나도 오늘부터는
불만이 아닌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누구하고라도 행복을 이야기하고
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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