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지곡면 서일고등학교
2학년 신 태 희-운문부
*microword로 파일 처리했으나 혹해서 다시 올립니다.
1990년 읍내리-밤길
단지 30원이다 날 추우면 두 개씩 내복 바람으로 번개탄을 사러 가면 옆길 귀신이 운다던 초가집 따라 길게 난 도랑 언저리에서 부러진 낫조각은 튀어 나온 곡선으로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이 가면 갈 수록 스러지는 탄기운에 썩어가는 나뭇짐 위로 별은 점점 어른거리고 낫은 어느 새 더러운 녹을 얻어 덮고 있었다 따가운 눈에 오줌싸듯 번지던 예쁜 별 번개탄 하나를 뜯어 이른 밤 도랑 찔레밭에서 아버지 라이타로 지져 댄 하얀 재는 멸사리왕 냄새에 유난히 파랗게 씨근거리던 숨결 속에서 바람을 뒤로 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부끄럽듯 타던 불꽃과 내 볼에 상기되던 까만 아려움은 유난히 별무리가 선명했던 그날 늘 순결을 강요당했던 광수네 집 누나가 움집 안에서 풀어 내던 의뭉스러운 자위처럼 파랗게 아주 차갑게 빛났다
나무를 바람
숲 속의 묵은 바람이 등을 타고 늘어진 새순같은 머릿결을 훑고 지나갈 때,오랜 시간의 흐름에도 눅눅한 우울함 없이 등골 서늘한 마음 한 잔을 권하는 그런 숲 속에 있을 때,그 때야 비로소 옷 벗기우고 아직은 따뜻한 혈관 속에 벌레들 알을 까게 놔두고 초록잎 하나 하얗게 식은 뺨을 덮어 찬란한 색을 버리는 삶의 마지막을 바라보거나,혹은 그렇게 떠나고 싶다.
1990년 읍내리-가뭄
빙글빙글 돈다 논두렁 따라 마루에 돗자리를 얽어 내고 앉아 삼강 사와 팔던 아줌니가 옷고름 풀고서 손짓한다 오라는 건지 가라는 건지 손은 반갑고 얼굴은 우거지상이다 오십 원 주고 집은 하이얀 소다맛 하드는 호스로 방금 적셔 낸 황토길처럼 끈적거리고 노랗다 잘 곤 닭껍질처럼 유들거리는 아지랑이가 피어난 눈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절어버린 깨소금 냄새 버리다 만 젖은 수삼 냄새 고춧가루가 그늘을 드리운 어르신들 말의 냄새 때묻은 부채 냄새에 <급수정책 개선하라>쓰는 페인트 냄새가 바람과 질펀하게 어울리다가 선풍기에 쐬여 온다 땀은 비지땀 목은 고목이라 무심코 들이마신 것이 정녕 어르신들 감로수요 청산유수 재담꾼이요 카나리아 울며 가고 박남정이 저리 가는 태양빛 눈부신 막걸리란 말이더냐 오장 육부가 타오르며 빠져버릴 듯한 하늘이 볏단 터는 듯 쏟아내린다 마른 벼포기가 잎 끝을 숙이고 갈라진 땅의 잔주름 위로 경운기는 자지러진다 그까짓 거 견디자고 마음을 더 태워 내는 사람들 진짜 하얗게 타버린 재를 하늘로 날리는 삶은 돈다 빙글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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