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고향을 찾은 신승하 씨는 친구에게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는 집사람을 따라 중앙시장에 갔었네. 시장 골목 한쪽 귀퉁이에서
파를 팔고 계시는 할머니를 만났는데 마지막 한 단이 남았더군.
앉아 있는데도 허리가 꼬부라져 턱이 바닥에 닿을 것 같은 할머니였네.
왠지 한 단 남은 그 파를 떨이해 주고 싶더군. 보나마나 집이 멀리 떨어져
있을 게 뻔한 할머니가 좌판을 조금이라도 빨리 거두는게 좋겠다는 생각이었지.
우리 집사람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야. 그거 얼마냐고 물었지.” “그래서?”
“팔십 원이라는 거야. 주머니를 뒤적였더니 마침 백 원짜리 동전이 잡히기에
할머니에게 건네 줬지. 벌써 할머니는 파를 비닐봉지에 넣어 집사람 손에 쥐어 줬지.
그리곤 무심코 돌아서는데, 할머니가 우리를 부르는 거야.” “왜?”
“거스름돈 이십 원을 받아 가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마침 십 원짜리가 하나밖에
없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기에 괜찮다고 말했지. 그랬더니 이 할머니가 안 된다는 거야.
낮에는 파 한 단에 백 원씩 받았지만, 맨 마지막에 남은 이건 제일 나쁜 단인데
백 원 받는 것은 경우가 아니라는 거지.”“재미있는 할머니로군.”
“그 순간 아차 싶더군. 그래서 기다렸다가 할머니가 거슬러 주는 이십 원을 받았지.
집에 돌아오면서 내가 살고 있는 모습에 대해서 생각했어. 부끄럽더군. 집사람도
무슨 생각인지 골똘히 하더군. 그 순간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이십 원을 절대 받지 않은
그 꼬부랑 시골 할머니가 그렇게 크게 느껴질 수 없었어.
이보게들 우리는 얼마나 엉터리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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