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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운 어머니..
작성자 이성희 조회 1022 등록일 200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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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어머니



지금도 시장길을 지날때면 시장 구석진 자리에서 나물을 팔고 계시는 어떤 할머니를 보곤 합니다. 어쩌다 가끔씩 들러 보는 시장 터.

"엄마 시장 갔다 올 테니, 밥 꼭 챙겨 먹고 학교 가거라."

장사를 가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도 자는 척 하던 중 오스러운 가난의 기억. 그때마다 저는 언젠가는 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말리라는 다짐을 굳히곤 했습니다.

학교 가는 길 시장 귀튕이에서 나물을 팔고 계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어머니가 나를 부를까 봐 얼른 도망치곤 했습니다. 막노동판에서 철근에 깔리신 어머니를 구하시려다 아버지는 사망하시고 어머니는 한족 다리를 잃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일이라 전해들은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는 나물을 캐서 파는 것이 유일한 생계였습니다.

전 항상 들판에 절룩거리시며 나가시는 어머니가 싫었고, 밤새 다듬는 모습도 싫었으며, 더군다나 시장 한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 비슷하게 장사를 하는것도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풍요롭게 먹고 입지 못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난 공부에 악착같이 매달렸습니다. 그래서 나보다 공부를 못하는 부잣집 아이들의 시기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어느 날 4교시가 끝날 무렵 아이들이 갑자기 웅성거리더군요. 복도를 보니 어머니가 절룩 거리시며 교실로 들어어고 계셨습니다. 선생님께 드리려는 나물을 한 봉지 들고서.....

"야! 너네 엄마 병신이냐?"

난 화가 나서 그놈을 정신없이 둗르겨 팼습니다. 그리고 교실을 나와 버렸죠. 저녁 무렵 집에 가니 집 앞에 잘 차려입은 여자와 내게 맞은 아이가 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니, 에비 없는 자식은 이래도 되는거야? 못 배우고 없는 티 내는거야 뭐야. 자식 교육 좀 잘 시켜! 어디 감히 우리집 귀한 자식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느냔 말이야. 응. 에미라는 작자가 병신이니 자식 정신이 온전하겠어?"

어머니는 시종일관 죄송하다는 말뿐이셨습니다. 전 그러는 어머니의 모습이 더 싫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간 후, 전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고 말았습니다.

"다시는 학교에 오지 마 알았어? 챙피해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그래 미안하다...."

"난 차라리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어."

다음날 학교에 가니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더군요.

"어머니 좋으신 분이더구나. 나물 맛있게 잘 먹었다고 꼭 전해 드리렴."

그날 하교길에 전 길 모퉁이 배추가게 쓰레기통에서 배추잎들을 주워 모으시는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전 창피해서 모른 척 얼른 집에 들어와 버렸죠. 그런데 그날 저녁 밥상에 배추국이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이 배추!"

전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배추가게 아저씨가 팔다 남은 거라고 버리기 아까우니 가져가서 너 국 끓여 주라고 하더구나."

어머니의 말에 난 또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 나거지자식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저를 이렇게나 비참하게 만드는 어머니가 끔찍하게 싫었습니다.

17년 후, 전 의사가 되었습니다. 부모 없이 혼자 공부한 고아라고 속이고 결혼도 했습니다. 병원도 장모님께서 개업해 주셨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너무도 풍요로운 생활에 어머니를 잊고 살았습니다. 아니 어머니라는 존재를 잊고 살려고 노력했다고 말씀드리는 평이 더 솔직하겠군요. 돈은 꼬박꼬박 어머니께 보내 드렸지만 찾아가 본적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저희 병원 앞에 한 노인네가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다가가 보니 그 노인은 제가 가장 잊고자 하는 어머니 셨습니다. 전보다 더 야윈 얼굴, 허름한 옷차림, 그리고 여전히 절룩거리는 다리...

어머니는 저를 보자 얼굴 가득 기쁨이 번지시더군요.

"많이 좋아 졌구나."

전 어이없다는듯,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라는 한마디로 매몰차게 등을 보였습니다.

'뭐가 모자라서 온단 말인가..... 그동안 보내 준 생활비로도 모자란단 말인가?'

그후 한달 동안 전 악몽에 시달렸죠. 할 수 없이 전 다시는 되돌아가기 싫은 시장이 있는 옛동네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시장 한 귀퉁이에 여전히 나물을 팔며 기침을 하시는 어머니.

그때 나물을 사려는 한 아주머니가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자식이 없나요?"

"아니여, 우리 아들이 서울 큰 병원 의사여. 자꾸 나보고 같이 살자고 하는디, 내가 싫다 혔어. 내가 살명 얼마나 사다고 자식 신세를 져. 요즘도 자꾸 올라오라 거 뿌리치느라고 혼났구만. 우리 아들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여 효자."

자식 자랑에 기분이 좋으셨는지 나물을 넣는 어머니의 손에 인심이 후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뒤로 하고 전 예전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직도 변한게 없는 집. 거의 쓰러져 가는데도 용케 버티고 있었습니다. 안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그저 방문틈으로 돈봉투를 넣어 놓고는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전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전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시장에는 정말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집에서 선생님이 계시더군요. 저를 알아보신 선생님은 한동안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무거운 침묵.....

"내 옆에 와서 잠깐 앉아라."

선생님께선 낮익은 보따리를 제게 건네 주셨습니다. 어머니의 나물보따리.

"풀어 보거라"

보따리 않에는 꽤 많은 액수의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돈 아닙니까."

"그래 돈이다. 그 동안 네가 돌아 올까봐서, 그리고 혹시 나 네가 성공하지못하면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모아두신 돈이란다. 너 하나 믿고 무슨 미련인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너를 기다리신 분이 었어. 너에게 잘해 주지 못해 항상 미안해 하셨지. 날 보면 네 생각이 나시는지 반가와 하시길래 말벗이 되어 드리곤 했다."

선생님은 꽤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제가 충격으로 자살하고 싶어질 만한 이야기를...

"아주 오래된 일이지.... 너희 부모님은 퇴근길에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널 발견하곤 자식이 없는 집에 하늘이 주셨다, 하여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르셨단다. 어린 널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항상 공사판에 데리고 다니셨다더구나. 그런 어느 날, 무너지는 철근 밑에 있는 너를 보고 어머니가 뛰어드셨지. 그리고 아버지도 어머니와 너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셨고.

그 사고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잃으신거야. 혼자에 다리마저 불편하신 어머니께 주위 사람들은 너를 고아원에 보내라고 하셨단다. 하지만 어머닌 널 차마 보낼 수 없으셨다더구나. 네가 대학 다닐 때 너희 어머니는 암 선고를 받으셨지만 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병원에도 가지 않으신 분이야...."

눈물로 흐려지는 시야에서 사진속의 어머니가 잔잔한 미소로 웃고 계셨다.

어머니....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그후 시간이 날 때마다 전 어머니가 계시던 이 시장에 옵니다. 혹시나 어머니가 나물을 파시고 계실것 같은 그리움 때문에.

어머님 전 어머니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이글을 보고 느끼시는것이 한가지라도 있을거라 생각되네요..지금 자신이 어떻게 생활하며 부모님께 어떻게 했는지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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