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이가 들수록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친구가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벌써 가슴이 뛰고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더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 옷깃 스칠것이 염려되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야하는
사람보다
어깨에 손하나 아무렇지 않게 걸치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더 간절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커서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자신을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비록 어울리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말할수없는 사랑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도
상처 받으며 아파할까봐 차라리 혼자 삼키고
말없이 웃음만을 건네주어야 하는 사람보다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 받을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차마 입을 벌린다는 것이 흉이 될까 염려 되어
식사는 커녕 물한잔 맘껏 마실 수 없는 그런 사람보다는
괴로울 때 술잔을 부딪칠수있는 사람..
밤새껏 주정을 해도 다음날 웃으며 편하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더 의미있을 수 있습니다.
어쩜 나이가 들수록 비위 맞추며 사는게 버거워 내 속내를 맘편히 털어놓고
받아 주는 친구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램 탓이겠지요...
2.
길을 걷다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어
마음껏 이야길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가끔씩 타인에게 활짝 열어 나를 보여주고 싶고 보여준 나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 지는 것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 졸이고 애닳아 하고 안타까워 하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정열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지만 언젠간 해보리라 맘먹은 일들이
하나둘 내 안에 소망으로 쌓여가는 것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거울 저편의 퉁퉁부은 얼굴과 짝짝이 눈 입 언저리의
작은 흉터까지 이뻐 보이는 그런 기분좋은 아침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내 안에 아직도 살아 숨쉬며 꿈틀대는 꺼지지 않는 꿈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간간히 찾아오는 무료함과 그로 인해 절실히 느끼게 되는
일의 소중함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가지고 싶은 것 많더라도 욕심의 무게를 측정할 줄 알며
정량을 초과하지 않을줄 아는 지혜를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눈뜰 때 또다시 새로운 하루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할줄 아는 낙천적인 우리의 모습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힘겨움과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루고
일터로 향하는 일상의 시작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사소한 것들에서도 "난 행복해" 라고 느낄 수 있는
열려있는 마음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니 행복이라 이름 붙인 그 모든 것들로
오늘도 하루를 살았습니다.
또 다른 오늘을 준비하는 지금 이 시간...
그렇게 준비하는 오늘 역시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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