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앗을 품은 해바라기 ☆
지난 가을에 씨 받아 놓은 거 심었더니 이렇게 컸어요.
엄마 해바라기 좋아하잖아. 그래서 사진 찍었지.
안부편지와 함께 딸아이는 노란 해바라기를 뒤로하고
찍은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결혼생활 23년째. 스물여섯에 세살 위 남편과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2개월쯤 뒤부터 남편이 달라졌다.
그는 권위적이었고,술에 취하면 아이들과 내게 손찌검까지 했다.
난 아이들과 집을 나오고야 말았다.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고,큰애가 취학연령을 넘겨 발을
동동 구를 무렵 남편이 다시 시작하자고 찾아왔다.
난 아이들을 생각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평온은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그가 휘두른 낫에 얼굴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남편은 전혀 딴 사람이 되었다.
그 후유증일까? 기억력이 많이 나빠졌는데, 참 신기하게도
그때 초등학생 이던 딸애가 쓴 "가족" 이라는 제목의
작문 숙제만은 잊히지 않는다.
'해바라기는 해를 보지 않는다. 꽃 피는 동안만 바라볼뿐
씨가 생기면 영영 고개를 들지 않는다.
해바라기는 해보다 자기 씨앗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해바라기 처럼 그렇게 사랑해야 하는게 가족인 것 같다.
오늘 뒷마당에서 고개를 더 숙인 해바라기를 보았다.
검은 씨들이 잘도 여물었다.
태풍도 여름 장마도 잘 견뎌 주었다. 마치 우리 가족처럼~'
해바라기가 해를 버린 희생, 그 행위로 품어 지킨 몇 알의
결실들을 위해 용서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가족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이제 평화롭다.
그 글을 읽은 뒤부터 내가 해바라기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걸 딸아이는 알까?
좋은생각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올해가 한달도 못 남네요. 남은올해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이
가득한 하루하루 보내길........
☆배경음악☆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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