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에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제각각 무언가를 가득 담고 가지런히 서 있었다. 크고 당당한 간장 항아리, 듬직한 된장 항아리, 반짝반짝 윤이 나는 고추장 항아리... 그 중에 모양이 볼품없는 빈 항아리가 하나 있었다. 커다란 입을 떡 벌리고 서 있던 그는 늘 옆에 있는 항아리들을 부러워 했다. "나도 무언가 담아 보았으면. 아니, 뚜껑이라도 있었으면..." 가끔 주인이 장독대를 청소할 때면 뚜껑이 없는 그에게로 구정물이 흘러 들어갔고, 설령 주인이 깨끗이 닦아 주고 가더라도 온갖 먼지들이 속에까지 쌓이기 일쑤였다. 장마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느날, 항아리들은 뚜껑을 꼭꼭 닫고 빗물을 퉁겨 내며 빈 항아리들 안됐다는 듯 바라보았다. 빈 항아리는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눈물이 나왔다. 그러나 며칠 뒤 장마가 그쳤을 때, 빗물 속에서 줄곧 울기만 하던 항아리는 자신이 달라진 것을 깨달았다. 바람만 잠시 머물다 가던 빈 항아리 가득 맑은 물이 덤겨 있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었다. 하얀 구름이 예쁘게 수 놓인 파란 하늘이 항아리 가득 아름답게 담겨 있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빈 항아리가 아니었다. 어떤 항아리도 담을 수 없는 하늘을 혼자서 품어 안았기에. -좋은 생각 중에서 -
Mich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