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장미를 사랑한다면
빨간 덩굴장미가 담을 타오르는
그 집에 사는 이는
참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낙엽이 지고 덩굴 속에 쇠창살이 드러나자
그가 사랑한 것은 꽃이 아니라 가시였구나
그 집 주인은
감추어야 할 것이 많은
두려운 것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생각하려다가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 복효근 -
담장 너머의 그 사람은 자신을 아름답게 봐 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쇠창살을 가리기 위한 장미를 키웠을뿐...
어쩌면, 우리가 사람에 대한 생각들도 이와 같을지 모릅니다.
내가 보려고 하는 모습만을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닐런지요.
진정 사랑한다면, 아름다웅이 사라진 모습에서도 그 너머의 마음을 보아야 하는 것이겠지요.
설령, 그 쇠창살로 해서 더는 다가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오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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