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 인생*
- 김현태 시인
하루에도 열 번 넘게 죽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이른 새벽에 나와 관광버스를 탑니다.
아침은 남한산성 중턱에 쪼그리고 앉아
국밥을 먹습니다. 밥값을 하기 위해 그는
또 죽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꽤 괜찮은 편입니다.
'이럴 순 없습니다.'라는 대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밤새도록 '이럴 순 없습니다,이럴 순 없습니다.'
를 거울 앞에서 연습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연습일 뿐
카메라는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나 봅니다.
벌써 하루 해가 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리를 뜰 수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그는 또 죽어야 하기에,
또는 이미 죽은 시체 노릇을 해야 하기에...
죽기 위해 그는 열다섯 시간을 기다립니다.
죽기도 참으로 힘이 듭니다.
우리는 흔히 그를 엑스트라라고 말합니다.
병사1, 병사2, 백성1, 시체5, 수많은 삶을
단숨에 살고 죽는 그.
그렇다고 그의 삶 자체를 엑스트라 인생이라
말할 순 없습니다. 그도 그 자신의 삶에
있어서는 분명 주인공일 것입니다.
다만 카메라가 그의 삶을 잡아내지 못하고
스쳐 지나치고 있을 뿐이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의 영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하루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이라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과
엑스트라 그리고 감독과 대본, 이 모든 것을
담당하는 이는 바로 우리들 자신입니다.
그 누구도 대역할 수 없는 장편 영화 한 편.
여러분은 지금 어떤 영화를 찍고 있는지요.
감동과 재미 그리고 눈물이 함께 하는 영화
한 편 부탁드립니다.
『 행복을 즐겨야 할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행복을 즐겨야 할 장소는 바로 여기다.』
ㅡ 로버트 인젤솔
---- 글 /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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