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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농업 어려움 알지만 말할 처지 못돼"
작성자 한연환 조회 1100 등록일 200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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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 어려움 알지만 말할 처지 못돼"

[인터뷰] 쉬미트 주한 칠레 대사

임은경 기자

자유무역협정. 수입개방. 산업이 발달할수록 나라 간 연계는 긴밀해지고 세계가 하나가 되다시피 좁아지고 있다. 시장 자유화, 개방화의 물결이 각 나라들로 하여금 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험한 국제 경쟁의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 개방 정책에 동참해야 하고, 그 첫 대상으로 우리에게 경제적 부담을 적게 주는 칠레를 선택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농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지도 모르지만, 농업이라는 한 산업에 대해서는 엄청난 파도라는 것이다. 이번 협정으로 1080개 품목에 달하는 칠레산 농산물이 국내의 3분의 1에서 6분의 1 정도의 싼값에 대량 수입되면 한국 농업은 망하게 된다고 농민들은 말한다.

이번 협정은 이제 국회 비준이라는 마지막 절차만 남았다. 농민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4월 7일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릴레이 농성을 펼치고 있다.

협정을 비준해주는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국가 전체의 이익이나 다른 부처들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나마 선대책 후비준 원칙과 정책자금을 풀겠다는 약속을 할 뿐이다.

한국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한-칠레 FTA가 국가 전체의 이익이라는 입장. 그럼 칠레의 입장은 어떨까?

<민중의 소리>에서는 지난 17일 칠레 대사관을 방문해 페르난도 쉬미트(Fernando Schmidt) 주한칠레 대사로부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쉬미트 대사의 입장도 한국 정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한국과 칠레 양국에 상호 이익이 된다며 이를 적극 반기고 있었다.

“양국의 공업, 농업 등 모든 부문이 이익을 얻습니다. 관세 장벽이 높던 품목들의 관세가 낮추어짐으로서 서로 이익을 보는 것입니다. (대 한국 수출 시) 40%나 혹은 그 이상이던 칠레 농산물들의 관세가 자유무역협정으로 낮추어져 칠레는 큰 이익을 얻게 됩니다. 또 FTA의 관세 철폐는 모든 것이 즉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적습니다. 어떤 품목들은 즉시 관세가 없어지지만, 또 어떤 품목들은 18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FTA는 칠레의 모든 품목이 지금 즉시 한국 시장에 유입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사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효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봅시다. 대구에서 나오는 현대 차 한 대에는 17kg의 칠레산 구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17kg의 구리가 한국에 들어올 때 관세는 없습니다. 결국 국제 시장에서 현대 차의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고 따라서 경쟁력은 올라가는 것입니다. 다른 품목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칠레는 보다 많은 구리, 목재, 와인, 과일 등을 한국에 수출함으로써 이익을 보게 됩니다. 관세 철폐로 인한 상호 이익이지요.”

칠레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국가들은 물론, 중앙 아메리카의 나라들, 유럽연합 등 수많은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FTA 선진국이다. 이제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세 철폐에 나선 칠레는 한국과의 이번 자유무역협정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했다.

“이 협정은 우리에게 아시아 태평양 외교 정책을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우리는 모든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고, 특히 한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이것이 이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사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한국 농업에 미치게 될 타격에 대해서는 되도록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자신은 말할 입장이 못된다는 것이다. 칠레의 대표자로서 한국에 와 있는 그의 입장을 생각하면 십분 수긍이 가는 점이었다.

그러나 한국 농민들의 상황이 참 힘들다는 것과, 이번 자유무역협정으로 그들이 훨씬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자 이에 대한 이해를 표시했다.

“저도 한국 농업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대사도 한국 농업이 어려우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한국의 농업 부분에 있어서는 어려움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을 조심스레 건드려봤다.
“듣기로는 칠레 농업 자본을 실제로는 미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델몬트, 돌, 썬키스트 등의 거대 미국 기업들이 말입니다.”

“아닙니다. 미국 등 다국적 거대 기업들이 칠레 농업의 유통 구조를 장악하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미국 소유는 아닙니다. 농토는 칠레 농민들 소유이고, 거대 유통기업에서 농장의 생산물을 사다가 파는 것입니다. 유통기업들은 1년 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농장에 가서 생산될 상품을 미리 구매하고, 생산 조건을 제시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키워달라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렇게 칠레 농민들로부터 농산물을 사서 외국에 수출하는 겁니다. 이 유통기업 중에는 칠레 기업도 있습니다.”

대사는 플랜테이션 농업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칠레 농업의 이익이 미국 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까지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번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칠레산 농산물이 한국에서 팔리게 되더라도 이득을 보는 것은 칠레가 아니라 미국 기업들이 아니냐는 질문을, 그는 다른 주제로 말을 바꾸며 피하고 말았다.

대사는 또한 일반에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 칠레는 농업 국가가 아니라며 이 부분을 여러 번 강조했다.

“칠레가 세계 제 1위의 포도 생산국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칠레의 산업이 결코 포도나 사과, 배 등의 과일 농업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칠레는 농업국이라고들 생각하지만 2002년 칠레 국내 총생산에서 농·축·임업이 차지하는 양은 전체의 4.3%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또 칠레가 농업 수출국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칠레의 총 수출 중 농업 수출이 차지하는 것은 오직 9.5% 정도 뿐입니다.”

칠레의 전체 산업에서 공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5.16%, 금융 부문은 12.47%, 인력 서비스 부문은 10.78%로 이 세 가지가 칠레의 주된 산업 분야이다. 쉬미트 대사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칠레에 대해 동전의 한쪽 면만을 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자국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외교관으로서 민감한 사안인 농업 분야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겠는가.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을. 기자도 역시 기자가 할 수 있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사람이고, 한국의 농업 상황을 생각해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한국 농민들의 상황은 참 힘듭니다. 그리고 이번 자유무역협정으로 그들은 훨씬 더 큰 타격을 받을 겁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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