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엄마!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언제나 행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아이고, 내 새끼 어서 와라 수업은 잘 받았고?"
오늘은 무엇을 배웠는지 재밌었는지 친구들이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미처
교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기 전부터 엄마는 궁금해하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
를 하고 엄마는 저녁준비를 하시느라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시고 때맞춰서
동생이 사물놀이 대회관계로 연습을 하느라 늦었다고 배고프다고 난리를 쳤
다. 아빠도 오늘은 일을 빨리 마치시고 저녁을 온 가족이 모여서 오랜만에
식사를 했다. 식사도중 밖에서 "상화야!!" 누군가가 아빠 이름을 부르는 것이
다. "오늘 형님 술 한잔 줄래?"같은 마을에 사는 우영이 언니네 아버지가 오
셔서 아빠랑 술 한잔하자고 하시는 것이었다. 어디서 기분 좋을 정도의 약주
를 하시고 오셨다. 요즘 꽃 작업을 하셔서 그런지 검게 그을린 얼굴 이셨다.
식사를 하다가 말고 다시 술상을 차려서 세분 이서 대화를 하셨다. 아저씨께
서 제일 먼저 내던진 말씀은 상화야!! 농사지어서 못살겠다. 이래가 어찌 살
겠노. 죽자살자 잠 못 자면서 꽃 따서 보기 좋게 작업을 해서 화훼 공판장에
출하시키면 그나마 싼 가격에도 경매를 봐서 팔리면 다행인데 불매(경매에서
아무도 사지 않는 용어)가되면 그 꽃은 쓰레기장으로 간다고 한다. 얼굴이
빨그레 상기되어서 언성을 높이셨다. 인자는 뭐를 해먹고 살련 지 모르겠다
라고 하시면서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내저으셨다. 같은 화훼 농사를 지으
시는 분의 이야기를 하셨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농사를 지어서 내 손에 남는
돈이 하나도 없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연거푸 술을 드셨다. 오히려 느는 것은
산처럼 쌓인 빚과 한숨뿐........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연료비 추운 겨울이면
언제나 높은 가격으로 치솟고 난방을 거의 하지 않는 시기가 되면 언제 그
랬냐는 듯 연료비가 인하가 된다. 모든 여건이 신바람 나서 짓는 농사가 아
니라 더 이상 할 것이 없어서 마지막 생계 수단으로 전락 해버린 느낌이 들
어 마음 한구석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저씨는 많이 취하셨는지 연신 미
안하다고 하시면서 집으로 돌아 가셨다. 부모님께서도 한참동안 말씀이 안
계셨다. 한참만에 아버지께서 여태껏 이렇게 고생을 많이 하셨으니 이젠 좀
지은 꽃 농사를 제값을 받고 깊게 패인 주름살을 그나마 조금 폈으면 한다
고 말씀하셨다. 이젠 국가에서도 조금만더 손을 내밀어 농민들에게 관심을
보여 준다면 굽어진 허리를 조금이나마 펼 수 있을 것인데...... 이제는 고정
관념이란 것을 깨고 남보다 효율성이 있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접목을
시켜서 농사를 짓는다면 머지 않아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고 말씀하셨다.
부산정보여고 4-H 25기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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