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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이버 백일장 4H활동수기
작성자
허은정
조회
1019
등록일
2003.04.27
파일
삶과 죽음의 교차로_2.hwp
(30.43
KB
)
제목 : 삶과 죽음의 교차로
옥과고등학교 2학년 허은정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외롭게 느껴졌던적이 있었다. 날 스쳐지나가던 바람이 서럽게 느껴졌던적이 있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아픔이었던 적이 있었다..
페시미즘.. 날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증으로 몰아넣었었다. 1년 반.. 꼬박 내 스스로 나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바쳤던 세월. 생각하기 조차 끔찍했던 그간의 기억들과 상처들..
그리고 지금 현재의 나. 그렇게 보내 버렸던 시간들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지고 바보같은 내 자신을 후회하고 있다.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갖게 돼서 너무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 날 이렇게 다시 태어나게 해준 부서를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이 부서가 완전히 날 바꿔 놨다고는 말할수 없지만 나에게 큰 깨달음과 살수 있는 희망을 준곳 4H.. 처음엔 그져 장난이였다.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들어간곳. 나에게 그 어떤 깨달음을 줄수 있으리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부서는 주로 노인정 청소를 많이 다녔는데 처음엔 정말 귀찮았다. 손에벤 걸레 냄새도 노인들 특유의 냄새도 그땐 정말 불쾌했었다. 그러나 하루 하루 시간이 흘러가고 난 점점 그 부서에 애착을 느끼는 날 발견했다. 먼지가 가득하고 얼룩진곳을 걸레로 닦아서 깨끗하게 만드는 기분. 그건 뭐라 표현할수 없는 흐믓함을 느끼게 해줬다. 그것만이 날 변화 시킨건 아니였다. 그곳엔 정이 있었다. 그런 감정이 있었나.. 잊어버리고 살았던 정. 우리를 보면서 따뜻하게 웃어주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 자식들과 사회에 버림 아닌 버림을 받고 서로 의지하기 위해서 노인정에 모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가여움을 느낀건 4H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서부터였다.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씩 난 그곳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친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우리를 대해주시는 그분들에게 나도 뭔가 해드리고 싶었다. 정말로 친 손녀처럼 그분들을 따뜻하게 모시고 싶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청소도 하고 그분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들려들였다. 행복했다. 이곳에서는 내가 없어도 될 존재가 아니라 있어야 할 존재인 것이다. 내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게 너무 좋았다.
어느날은 친구들과 방안을 치우다가 탁자에 놓인 컵을 깨뜨렸었다. 난 몹시 당황했고 분명히 혼날꺼라고 생각했고 거의 청소 시간이 끝날쯔음에야 겨우 컵을 깨뜨렸다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릴수 있었다. 고개를 들수 없었다. 혼날게 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그 후 난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꽉 참아야 했다. 할아버지는 괜찮다며 웃고 계셨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손은 베지 않았냐며 잡아주신 할아버지의 손은.. 따뜻했다..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나왔다.
솔직히 청소를 하면서 귀찮고 짜증났던 적도 있었다. 소설을 쓰다가 밤을 새서 몹시 피곤한 눈으로 대충 걸레질을 하고 물을 대충 행궈서 가져오다가 할머니랑 눈이 마주쳐서 그냥 웃는 듯 마는 듯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할머니는 따뜻하게 웃으면서 "아가, 졸리냐?" 하고 물으셨다. 그 다음 나는 피곤한 눈을 애써 부비면서 열심히 걸레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해서 청소해주고 싶다는 생각. 깨끗한 곳에서 편하게 쉬고싶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정말 처음 이었다. 나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져준적도 내가 그렇게 관심을 가진것도 다 처음. 그랬기에 난 더더욱 그곳에 애착을 갖고 열심히 청소했다.
그리고 지금 그 부서 활동을 해온지 1년이 조금 지나가고 있다.
조금씩 옛날의 밝았던 날 찾아가고 있다.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 내가 살아야만 하는 이유. 난 그것을 드디어 찾아냈다.
무언가를 해내고 얻는 보람이 얼마나 기분 좋고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거였는지 예전에 진작 알았다면.. 내가 이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진작에 깨달았다면 난 아마 조금더 행복했을지도 몰랐을텐데..
중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내 가족에 대한 환상은 완전히 깨졌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인간에 대한 환상도.. 어쩌면 난 치유받길 원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날 붙들어주길 윈해서 더더욱 아프게 몸부림 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었다.
4H부서에 들어서 노인정을 청소하면서 만난 따뜻하고 정감있는 미소를 우리를 맞아주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난 완전히 붙들려 버렸다. 이젠 나약한 내 자신을 앞에 내걸고 더 이상 도망갈수 없다. 그분들을 보면서 난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난 이제 까지 뭘 하며 살아온걸까? 왜 난 맞서 싸우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한번쯤이라도 그냥 부딧쳐볼걸.. 깨진다 해도 우선 그냥 부딧쳐볼걸.. 이제와서 후회해봐야 소영없는 일. 난 살꺼다. 누가 뭐라해도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내 자신을 내 스스로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나에게 살아갈 희망을 준 그분들을 위해서..
이제야 난 내가 살아갈 이유를 꼭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된거다. 그분들뿐만아니라 날 필요로 하는곳은 많았다. 단지 내가 눈을 뜨지 못했을뿐.. 내 눈을 뜨게 해준곳.. 4H. 4H부에 들지 않았다면 난 지금 어떤 눈을 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형벌이라도 되뇌이던 때가 있었었다. 그래 어쩌면 정말 살아간다는건.. 실망하고 아파하고 슬픔을 느끼는 이 인생이란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형벌일지도 모른다.
근데 이제야 난 겨우 깨달았다. 바보같이 잊고 있었다. 인간이 호기심으로 무심코 판도라 상자를 열었을 때 수많은 죄악들과 슬픔과 절망 아픔. 인간으로써 느껴야할 외로운 감정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맨끝엔 울고 있는 인간을 품어준 희망도 있었다는걸..
누군가를 믿는다는건 참 바보같은 일이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상처받고 또 상처받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믿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도 또 다시 믿어버리는 바보같은 생명체가 인간이다. 알면서도 믿어버린다. 아니 알지못한다. 다시 상처를 받으리라는걸 잊어버린다. 희망이라는 인간에게 생명수같은 감정에.. 아프고 슬픈 생명수.. 희망...
가끔씩 숨이 탁탁 막히는 사막이라는 이 세상에서 우리를 살게해주는 생명수와 같은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아직 살아갈수 있는거다. 그래 어쩌면 내일 또 난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끔은 믿어보고 싶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빨리 토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갑자기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분들게 정말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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