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개방에 맞서 총력전 벌일 것"
전농 창립 13주년 기념식 및 임시 중앙위 열려
임은경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24일 인덕원 농업기반공사 강당에서 창립 13주년 기념식 겸 임시 중앙위원회를 열었다.
전농은 1990년 창립 이후 오로지 수입개방에 맞서온 13년 역사를 돌아보고, 한-칠레 FTA 등 농업 개방의 기로에 선 올해 2003년을 10년 투쟁이 성과를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를 가름할 중요한 시기로 판단했다.
통상 여름에 여는 중앙위원회를 특별히 4월로 앞당긴 것도 당면한 농업 현안들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창립 13주년 기념식에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 전국농민연대(준) 송남수 회장,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 얼마 전 출소한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 신임 한총련 의장 정재욱 씨 등 외부 단체 인사들이 참석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축사에서 “수입개방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농업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100여 년 전 영국의 노동당 창당을 회상했다.
“배달호 씨를 분신으로 몰고 간 손배가압류는 100년 전 영국 자본가들이 쓰던 것입니다. 영국의 노동자들은 이에 저항해 노동당을 창당했고, 20년 만에 집권했습니다. 우리도 이처럼 노동자·농민의 정치세력화를 이루어 내야 진정한 민중의 세상이 올 것입니다.”
이어진 임시중앙위원회에서는 당면 정세 전망과 농업 동향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전농은 초국적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구조조정 공세가 지속되는 국제 정세에 국내 친미 정권이 끌려다니는 현실 때문에 농업을 비롯한 국내 노동 현실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식량자급·소득보장·통일대비·지속가능한 환경농업이라는 큰 틀 하에, 2003년 투쟁 방향을 신자유주의 개방농정 철폐와 반미·통일 사업에 맞추기로 했다.
개방농정 철폐투쟁의 구체적 방향은 WTO 쌀수입반대, 농업협상대응,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저지 투쟁 등이다.
전농은 국회의원들로부터 한-칠레 FTA 비준 반대 서명을 받으러 다니고 전남지역에서 고속도로 점거 투쟁을 하는 등 임시국회가 열린 4월 한달 동안의 투쟁을 점검했다.
전농은 4월 7일부터 여의도 공원에서 벌여온 천막 릴레이 농성을 마감하는 오는 30일, 해단식 겸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 임시국회가 예정된 6월 투쟁을 비롯한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의원 서명의 1차 목표는 150명의 서명을 받아 이 문제를 각 당의 당론으로 채택토록 하는 것이다.
6월에는 정부가 내놓은 한-칠레 FTA 특별법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20일과 27일 상경 투쟁을 통해 대정부, 대국회 투쟁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 WTO 쌀수입개방반대, 농가부채해결, 농업협동조합개혁전국 동시다발 농민대회가 9월 5일에 열린다. 11월에는 신자유주의와 쌀수입개방반대를 위한 대투쟁에 노동자·농민이 연계하여 50만 명이 모일 계획이다.
또 이 자리에서는 9월 14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제 5차 도하개발아젠다(DDA) 각료회의를 무산시킬 방안도 논의되었다. 이를 위해 남미 온두라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농민의 길’이라는 국제 농민단체에 가입해 국제적으로 WTO, 신자유주의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이 건의되었다. ‘농민의 길’에는 남미,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40개국 80여 단체가 가입해 WTO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농은 한국 농민단체 대표로서 이 단체의 가입 초청을 받고 있으며, 5월 중에 WTO 대책 아시아 회의도 서울서 하기로 결정되었다.
향후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가입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농가부채와 농업협동조합개혁 방안도 논의되었다.
UR 협정 이후 농축산물 수입 급증과 가격 폭락으로 발생한 농가 부채는 결국 정부의 잘못된 농정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전농의 기본 입장이다. 전농은 농가부채특별법의 재·개정을 통해 농가부채 문제를 전면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연체 이자의 전액 탕감과, 모든 정책 자금의 이자율을 1%로 낮추고 5년거치 15년 분할상환으로 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정부의 개방 농업정책을 수행하는 기구로 전락해 조합원과 조합을 통제하면서 비대해지고 독점화된 농협중앙회 구조 혁신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농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협동조합’으로 개혁할 방안을 논의했다.
전농이 UR, WTO, 쌀개방 등 개방의 바람에 맞서 싸워온 지 13년. 그러나 개방의 칼바람은 아직 거세기만 하다. 수입개방으로부터 농업을 지킬 마지막 힘은 올 한해 전농의 사활을 건 총력전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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