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 순 농민신문 경제유통부장(언론학박사)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문자와 사진ㆍ비디오ㆍ오디오가 통합되는 멀티미디어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신문ㆍTV 등 미디어간의 전통적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단일매체를 통해 제공되던 뉴스가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융합이다. 융합(融合ㆍconvergence)은 자연과학에서 융해, 사회과학에서는 연합ㆍ수렴, 경영학에서는 합병ㆍ통합, 예술에서는 매개ㆍ퓨전 등으로 사용된다.
융합은 시장구조와 경쟁수준을 변화시키고 상품과 서비스도 혁신시킨다. 기존산업의 특장점을 혼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는 요소가 된다. 이미 포화된 레드오션 시장에서도 융복합제품이 블루오션을 창출하기도 한다. 기존 산업 내부의 가치창출뿐만 아니라 이종(異種) 산업에서의 가치창출도 가능하다.
미디어 융합의 원동력에는 인터넷이 있는 것처럼 농업환경 변화의 동인(動因)에는 농축산물 수입개방과 웰빙ㆍ안전농산물의 수요가 증가하는 소비자 기호변화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ㆍ농촌이 갖고 있는 강점으로 기회를 살리는 융합 전략이 필요하다. 농업은 다른 산업 간의 융합으로 시너지효과 창출이 가능한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농업과 식품의 융합을 들 수 있다. 산업 분류의 틀을 벗어나 먹거리를 둘러싼 비즈니스는 새로운 발전기회를 제공한다. 성장하는 산업과의 융합으로 농업과 IT(정보통신)의 융합이 있다. 인터넷을 통한 농산물 판매와 농업기술 보급 등이 그것이다.
농업 내에서도 융합을 통해 상생해야 할 것이다. 경종업과 축산업이 융합해 경종농가는 축산농가에게 국산 조사료를 제공하고, 축산농가는 가축분뇨의 퇴비화 등을 통해 유기질비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업과 전통의 융합도 좋은 사례다. 농촌은 현대화된 사회 속에서 가장 많은 전통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통자원을 잘 활용하면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
농촌과 관광의 융합이다. 주 5일 근무와 수업이 정착된 만큼 농촌이 도시민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는 관광지로 확산시켜 나가면 우리 농산물 소비 확산과 농외소득 창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원예체험 등 ‘치유농업’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으로 국민들의 심신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농업과학과 기상학의 융합도 필요하다. 지구온난화로 농작물 재배 한계지가 북상하는 등 농업생태계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기상학과 융합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 육성과 재배방법 개발 등이 필요하다.
농업과 경영학ㆍ마케팅학의 융합도 빼놓을 수 없다. 경영학 기법을 잘 활용해 주요 작목의 표준소득을 분석하고 품종별 수요예측은 물론 다른 산업에 잘 발달한 마케팅기법을 농축산물 판로 확대에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여기에 농업과 첨단과학을 융합하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농업과 커뮤니케이션의 융합도 중요하다. 농축산물 수입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농업도 이제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됐다. 농업과 다른 산업, 농촌과 도시, 생산농가와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입 농축산물과의 경쟁에서 판로를 확대하고 우리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을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과의 융합도 농업의 외연확장에 필요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농업ㆍ농촌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농작물과 에너지의 융합으로 바이오에너지 작물인 유채가 있다.
이러한 융합 시에도 농업의 주체성은 유지하고, 다른 산업의 장점을 농업에 잘 활용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적합한 융합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