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관심분야를 부단히 찾아야 한다"
권 승 (한국청소년상담 복지개발원장)
지난 5월 말, 공무(公務)를 위해 세종시를 방문했다. 세종시로 가는 차창 밖으로 모내기에 분주한 농부의 모습이 띄엄띄엄 눈에 들어 왔다. 하지만 어릴 적, 물댄 논에 농부들이 일렬로 늘어선 채 허리를 연신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며 모를 심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만 이양기 위에 올라앉은 농부가 정해진 구획 안에서 기계를 좌우로 움직이며 모를 심고 있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과거보다 모내기가 한결 편해진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도 심은 모가 제대로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농부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을 것이고, 그러한 농부의 마음은 자식이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사실 모의 성장과정은 우리 청소년들의 성장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모판에 있는 모종을 논에 옮겨 심으면 며칠 동안 모 잎이 마치 병든 것처럼 누렇게 변하고 시들시들 힘이 없어진다. 농사를 오랫동안 지어 오신 어르신들은 모의 이런 모습을 보고 “모가 몸살 났다”고 이야기 하신다. 모가 모판이라는 온실 속에서 자라다가 이제는 새로운 땅, 낯선 환경의 논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종의 몸살이라는 것이다. 며칠이 지나 논에서 모가 제자리를 잡아 뿌리를 내리면 여리던 모의 모습을 벗고 드디어 벼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벼의 줄기가 튼튼해지면서 줄기와 잎을 곧게 세우기 시작하고 땅 속에 뿌리를 단단히 박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노란 색을 띄우던 이파리의 여린 모는 녹색 기운을 내뿜는 튼튼한 벼로 성장한다.
모가 겪는 몸살은 우리 청소년들이 겪는 성장통과 너무나 흡사하다.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듯이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친구문제, 학업문제 등으로 고민하며 갈등과 방황을 경험한다. 이러한 성장통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건강한 자아를 확립해야 청소년 본인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아진다.
이를 위해 청소년들은 첫째,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관심분야를 부단히 찾아야 한다.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교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창의적인 화가들이 허기와 피로도 잊은 채 밤낮없이 작업에 몰두하는 것을 관찰하고 '몰입(flow)'이라는 개념을 생성해 냈다. ‘몰입’은 자신의 열정과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부어 잡념이 없는 고도의 집중 상태로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충분히 즐기는 상태를 의미한다. ‘몰입’은 그 행위 자체가 목적인 자기목적적 경험(Autotelic Experience)이며, 생산적 에너지를 증대시킨다. 청소년들은 자신을 이러한 ‘몰입’ 상태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드는 관심영역을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독서와 체험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건전한 교제가 필수적이다. 이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바로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고유한 달란트를 최대한 발휘하며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다하고 있는 구성원들 덕분임을 기억하자.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는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에서 회자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사냥꾼이 사냥개를 풀어 사냥감 토끼를 잡아 오게 했다. 하지만 결국 잡지 못하고 돌아온 사냥개에게 사냥꾼이 토끼를 놓친 이유를 묻자 사냥개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정말 열심히 토끼를 쫓았습니다. 그런데 토끼란 녀석이 정말 죽기 살기로 도망가더라고요...” 무슨 일이든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하면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의 캠퍼스 유머이다. 원하는 바를 성취한 사람과 성취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그가 흘린 땀의 양이다. 성공의 달콤한 열매는 보통의 노력이 아닌 죽을 만큼의 노력이 이루어 낸 결과임을 기억하자.
셋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노력했어도 단 한 번의 시도가 반드시 성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사실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실패를 겪고 이겨낸 사람들이다.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2,000번의 실패를 겪은 에디슨은 “나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다만 이렇게 하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2,000가지 방법을 알아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성공은 이번 실패 바로 다음 자리에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통로이며 청춘의 특권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다면 반드시 성취한다. “가장 큰 영광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실패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데 있다”는 공자님의 말씀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타인에 대한 관용과 공존하는 삶의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현대 사회는 우리로 하여금 타인과의 경쟁에서 무조건 이길 것을 요구한다. 경쟁이 인류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체제는 언젠가 우리 모두의 공멸을 불러올 뿐이다. 기원 전 753년,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가 세운 고대 로마는 자신들이 점령한 국가의 시민들에게 로마 시민권을 제공하고 자국민과 동등하게 대우하였다. 그러한 관용과 공존의 국가철학이 대로마제국을 건설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원리는 21세기 글로벌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간의 위대함은 타인에 대한 관용과 공존을 통해 발현됨을 기억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