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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1 격주간 제80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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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H동문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할 일 |
윤 동 혁 경북대학교4-H연구회 (26대)
철학 수업 중에 앞에 앉은 한 친구의 농담으로 인한 이야기다.
내용인 즉 남에게 자기소개를 할 적에 농업경제학과의 ‘농업’ 두 글자의 발음은 약하게 한다는 것이다. 주위의 후배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지만, 웃어넘기기엔 가슴이 답답해서 같이 웃을 수가 없었다.
그 친구에게 이렇다 저렇다 따지고 싶었지만 그 친구의 본심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에 입을 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심 서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왜 ‘농업’이란 단어가 천대받는 현실이 되었는가.
농업이 천하의 근본(農者之 天下之大本也)에서 공업이 천하의 근본(工者之 天下之大本也)으로 바뀐지 오래라고 하지만, 아무리 세상의 변화가 있었다고 해도 ‘먹어야 산다’라는 대명제를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비록 현실적으로 자기 전공을 사회에 실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그것은 농촌발전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정신자세라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들의 농촌을 향한 정신이 병들어 있는 바에야 우리 농촌은 일보의 전진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농촌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좁은 땅위의 영세성, 농촌인구의 도시이동, 도시와 농촌간의 상대적 소득격차, 기계화의 곤란성 등….
우리 농촌의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외하고도 현실의 농촌 안에 들어서 보면 일일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옛날의 농촌은 가난했으나 맑은 공기, 맑은 물에서, 순박한 마음으로 살 수 있었다. 현대의 농촌은 우리가 그리워하던 고유한 풍경마저도 잃어버렸다.
장기적인 계획 없이 생산량 증대에만 관심을 기울여서, 과다한 농약투여 등으로 인해서 메뚜기, 개구리가 살 수 없는 탁한 공기, 탁한 물에서 우리 농민들은 농약중독이란 현실에 도달했다.
농가소득이 향상되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그러나 농촌은 소득 이상의 것을 잃었다.
행정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체적인 성장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물가안정을 위해서…”, “비교우위론에 입각해서…” 등 어려가지 이유를 들어 농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중요시 하지 않았다.
농민들은 너무 순응적이다. 개선해 나가야할 많은 문제, 많은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인 성장,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아가다가는 우리 농촌은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농촌을 구렁 속에서 건져 낼 사람은 진정 누구이겠는가? 말 못하는 농민과 우리들이 아니겠는가? 농민들의 말을 우리가 대신하자!
농민이 참고 견디어 일시적으로 물가안정, 경제성장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자원의 무기화, 식량의 무기화는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땅과 농촌은 중요한 우리의 뿌리! 뿌리가 더 썩기 전에 치료하여 국가란 숲이 울창해 주도록 우리 농대인(農大人)들이 눅눅한 밑거름이 되자.
이 글은 1986년 3월1일에 발행된 경북대학교4-H연구회지 ‘지맥’ 제6집에서 발췌한 것이다. 1961년 경북대 농과대학4-H클럽으로 활동을 시작한 경북대학교4-H연구회는 ‘지맥’이란 이름의 회지를 발간했다.
이 글이 발췌된 제6집은 4-H서약을 필두로 ‘전국대학4-H연구회연합회가’, ‘새농민가’가 수록되어 있고, 회원들의 논문과 시, 수필, 독서감상문 등과 함께 4-H선배들의 논문이 함께 게재돼 있다.
회지는 회원들이 직접 정성스럽게 쓴 손 글씨 원고로 묶여져 있으며, 묵으로 그려진 표지가 매우 멋스럽다.
특히 농업과 농촌·농민을 사랑하는 4-H회원들의 마음이 글마다 켜켜이 녹아있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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