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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1 격주간 제80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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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샐러리맨이 될 것인가, CEO가 될 것인가 |
"지금 농촌으로 들어가는 20대에게는 기회의 땅이 되는 것이다"
김 남 수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나는 한국전쟁 후 출산율이 급격히 올라갔던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 초등학교는 60년대의 가난 속에서, 중·고등학교 청소년기는 70년대 고도성장기와 같이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경제개발 정책과 새마을운동은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의 풍경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너도 나도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향했고, 농촌은 농촌대로 통일벼 보급으로 대표되는 녹색혁명이 시작됐다.
1970년대 국가 경제규모가 매년 10% 이상씩 확대되는 소위 고도성장기에는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됐고, 대학은 이러한 인력수요에 부응하는 인재, 즉 샐러리맨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궁핍하게 자랐지만 고도 성장기의 최대 수혜자였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 집도 마련하고, 자식 공부도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취업문은 좁아지고, 40대부터 조기 퇴직하는 사태를 겪으면서 샐러리맨 신화는 사라지다시피 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경제가 5% 이내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자 국내 산업계는 쏟아져 나오는 대학 졸업생을 수용하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대학은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로 넘쳐나게 됐다.
이제 대학을 4년 만에 졸업하는 것은 찾아보기도 어렵고, 해외 어학연수다 스펙 쌓기다 하며 취업 될 때까지 5년이고 6년이고 대학에 적을 두고 20대를 방황하며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지금부터 10여년 전에 대졸자의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취업이 아니라 창업이 부각됐다. 정부도 벤처 창업자금 지원을 대대적으로 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IT산업의 저변확대에는 긍정적이었다고 볼 수는 있으나 기대했던 만큼의 성공을 이뤘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한편 농업은 농촌의 급격한 노령화와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등으로 사양 산업으로 치부 됐고, 농업분야에 새로운 인력을 유입하는 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도시민들이 귀농했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경제사정 악화로 불가피하게 귀농을 선택한 측면이 있었다. 이는 귀농인들이 대부분 수년 내 도시로 유턴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농촌의 노령화와 공동화라는 부정적인 여건 속에서도 최근 우리나라 농업은 그간 축적된 기술과 현대화된 생산시설, 그리고 ICT기술이 융복합된 6차산업화 추세에 힘입어 새로운 미래 성장 산업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농촌의 급격한 노령화는 반대로 해석하면 지금 농촌으로 들어가는 20대에게는 기회의 땅이 되는 것이다. 어렵게 대기업에 취업한다고 해도 40대만 되면 정리해고를 걱정해야하는 현실에 비추어 농업인은 스스로가 창업자이자 경영자로서 정년이 없는 직장인인 것이다.
따라서 미래 농수산업 후계인력을 양성하는 국립한국농수산대학(이하 한농대)은 젊은이들이 도전해볼만한 매력적인 학교다.
한농대 재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므로 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들끼리 다양한 그룹스터디를 통해 꿈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고, 같은 길을 가는 평생의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강점이 있다.
재학생 교육뿐만 아니라 졸업생에 대한 후속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하여 정착 과정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해결해 줌으로써 졸업생들이 제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대학 진학 대상 학생 수가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는 지금, 우리 한농대의 입시 경쟁률이 2년 연속 4.6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농수산업을 미래성장 산업으로 판단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증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학생들이 열정으로 꿈을 이루고자 할 때 한농대는 언제나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길어야 30년인 샐러리맨이 될 것인가. 청년농업인4-H회원들처럼 지역사회의 리더이자 정년이 없는 농수산 CEO가 될 것인가. 국립한국농수산대학에 그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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