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1 격주간 제790호>
[2014년 해외그린배낭연수 소감문] 4-H회원들의 삶에 촉촉한 단비가 된 대만에서 4박5일

이  환  지도교사(서울 일신여자상업고등학교4-H회)



7월 22일. 이른 아침에 한국4-H본부 숙소에서 전국4-H지도교사 몇몇 분과 함께 일어났다. 5시 20분, 밖은 벌써 환했다. 숙소 복도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오늘은 타이완(臺灣)으로 ‘2014년 해외그린배낭연수’를 떠나는 날이다.
타이완의 도원(桃園)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고속철도역(桃園, Taoyuan station)에 이르는 길은 낯설게 할 정도로 절 정돈되어 있었다. 타이베이(臺北)에서 가오슝(高雄 Kaohsiung)에 이르는 풍경도 그랬다. 우리의 시골 풍경과는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뭔가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경지정리가 된 반듯한 논밭에는 색색가지의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도시와 농촌의 조화로운 공존. 어떻게 보면 현재 우리 4-H회가 지향해야 할 모습 같았다. 한국4-H본부에서 해외그린배낭연수를 타이완(臺灣)으로 정한 이유를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다음날도 일찍 일어났다. 야련(野蓮) 체험활동을 하러 가는 길이다. 교통은 원활했다. 간밤의 태풍으로 학교가 휴교를 하고 관공서가 임시 휴무라고 한다. 타이완에서 이러한 일은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가 가는 체험활동 장소도 태풍으로 인해 휴무인데, 우리의 방문 일정을 잡아 놓았기 때문에 특별히 문을 연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연(蓮)은 뿌리를 먹는다. 간혹 잎을 이용해서 밥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야련(野蓮)은 줄기를 먹는다고 했다. 객가(客家)민족의 특산품인 야련(野蓮)은 유기농으로 건강에 많이 도움이 되는 식품이며 토산품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야련(野蓮) 줄기를 정리하는 체험활동을 하기로 했다. 볼펜의 심 두 개 정도의 굵기에 1m 남짓한 야련의 줄기를 가슴까지 차 있는 물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작업한 야련(野蓮)을 밑반찬 삼아서 가오슝(高雄, Kaohsiung) 미농회에서 마련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내리는 소나기는 온통 지붕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건물 밖으로 순식간에 호수가 만들어졌다. 건물 옆의 논도 작은 호수처럼 변했다.
24일에는 고속철을 이용해 타이베이로 이동했다. 타이베이(臺北, Taipei) 시농회(市農會)에서는 우리를 매우 환영해 주었다. 기관과 관련된 동영상과 파워포인트 자료를 통한 설명이 끝나고 노래에 맞추어 재미있는 동작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매우 활기차고 적극적이고 예의가 있는 분위기였다.
태풍이 지나간 뒤의 날씨는 무더위였다. 높은 온도도 온도이지만 높은 습도가 피곤하게 했다. 하지만 우리는 태풍으로 인해 가오슝에서 하지 못한 미션을 타이베이에서 신나게 수행해야 했다. 내가 속한 조의 미션 활동은 성품서점, 국립타이완 대학교, 행천궁, 그랜드 호텔, 정태풍 등을 방문해서 인증 사진을 찍는 활동이었다. 우선 아침 식사 후 지하철 일일권을 받아 숙소를 출발해서 가장 가까이 있는 시먼(西門, Ximen)역으로 갔다. 먼저 국립타이완 대학교를 가기 위해 공관역(公館, Gungguan)에서 내렸다. 대학교는 역 가까이 있었다. 국립타이완 대학교는 중국의 청화대, 북경대를 물리치고 ‘중화권 최고의 대학’으로 2년 연속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연륜이 고풍스러운 건물에 녹아 있는 듯했다. 현대적인 건물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낡고 오래된 듯한 건물들이 많았다. 이러한 건물들과 주변의 환경을 아주 정갈하게 정리하여 고요함이 깊게 흐르는 듯했다. 고풍스러운 건물 뒤편에 가지런하게 정렬되어 있는 자전거는 참 인상적이었다. 자전거는 시골 이장님께서 논두렁으로 풀 베러 갈 때 타는 자전거였다. 가지런히 정렬된 자전거와 함께 전반적으로 대학교의 분위기가 참 검소하고 성실하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부지런히 다음의 목적지인 싱티엔궁(行天宮, Xingtian Temple)으로 향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의형제 중에서 관우를 모시고 있는 곳이었다. 궁 안에는 주말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향을 들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냥 구경하기에 민망하고 미안할 정도로 다들 아주 진지하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도 향을 들었다. 특별하게 따르는 신앙은 없지만, 그래서 모든 신들에게 경배하자는 나의 편안한 생각이 향을 들고 관우상을 향하게 했다. 눈을 감았다. 우리 연수단이 무사히 일정을 끝내기를 바라며 두 손을 모았다. 눈시울에 눈물이 잡히고 합장한 손끝으로 전율이 흘렀다.
25일 아침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각 조별로 전지 크기의 종이에 만든 결과물 발표가 있었다. 네 잎 클로버의 모양을 이용해서 각자 경험한 내용을 정리한 조, 빨래 집게의 모형과 로드맵의 모형으로 활동 상황을 정리한 조, 조원들의 캐리커처를 활용하여 경험한 내용의 의미를 확산하려는 조 등 다양하게 발표자료를 준비했다. 아이들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어떻게 의미 있게 재구성하고, 그것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이 해외그린배낭연수를 통하여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은 일상 속으로 돌아가 자신의 생활에 충실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자신에게 부딪혀 오는 크고 작은 일을 경험할 때마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세상의 힘겨운 파도를 하나하나 헤쳐 나갈 것이다.
조용하던 창밖의 교정에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천둥과 함께 번개도 친다. 등나무 이파리는 바람에 등을 뒤집고 있다. 화분에 심어 놓은 벼가 춤을 춘다. 운동장에는 굵은 흙방울이 튀어 오르고 있다. 조금 지나자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려온다. 지나온 타이완(臺灣)의 기억을 새롭게 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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