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자신만의 경영체를 운영하는 CEO라 할 수 있다"
남 양 호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편견(偏見). 사전적인 의미로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말한다.
흔히 농업을 하면 몸은 힘들고, 돈 벌기도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농업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젊은 사람이 농업을 한다고 하면 ‘하다하다 안 되니 농업 하는구나!’라고 치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과연 그럴까? 내가 일하고 있는 한국농수산대학(이하 한농대)만 봐도 그러한 시각이 잘못된 편견이라고 느껴진다.
한농대는 작년에 4.6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매년 조금씩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원자의 대부분은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이거나 일부는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도 있다.
한농대 졸업생은 졸업 후 취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6년간 반드시 농업에 종사해야 한다. 이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농대에 입학을 희망하는 젊은 청년들이 매년 늘어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는 농업을 하시는 부모님의 가업을 승계하는 것이고, 둘째는 농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서 평생 직업으로 농업을 선택한 경우다.
최근에는 가업(농업) 승계를 원하는 부모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이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때문이기도 하다.
농업은 고생만 하고 돈이 안 된다는 기존의 편견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농산물을 생산해서 가족끼리 나눠먹고 남는 일부 농산물은 시장에 가서 팔았다. 그야말로 농사(農事)를 지었다. 그러나 이제는 농사(農事)가 아닌 농업(農業), 즉 농산물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로 개념과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농업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는 소일거리’정도의 인식에서 ‘하기에 따라서는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으로 재인식되고 직업으로써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한농대 졸업생 농가는 연평균 6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소위 대한민국에서 잘 나간다고 하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원들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계는 걱정이 많다. 농업인구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농업계의 걱정이다. 더 큰 걱정은 농업시장 개방 확대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농업이 위기다’라고 말하고 있다. 농업의 위기!‘위기’란 무엇일까?
만약 농업이 ‘위기’라면 우리는 그것을 ‘기회’로 삼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가 간의 개방은 한쪽만 일방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양국 모두가 문을 여는 것이다. 우리의 농업 시장만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도 똑같이 닫고 있던 문을 열어야 한다.
물론 우리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생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물건을 팔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보다 시장규모가 더욱 크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또한 농촌의 인구가 고령화된다는 것은 젊은 청년이 활동할 기회가 많아진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인재들이, ICT 융·복합과 아이디어 풍부한 젊은 인재들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는 농업이 단연 No.1이라 생각한다.
일반 직장은 정년이 있지만 농업은 정년이 따로 없는 평생직장이다. 초반 기틀을 다지고 나면, 평생 자신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CEO가 될 수 있다. 기업체 사장만이 CEO라 불리는 것은 아니다. 농업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자신만의 경영체를 운영하는 CEO라 할 수 있다. 성공한 농업 CEO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작목을 어떤 방법으로 재배해 어떤 루트로 상품판매를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전략만 준비되어 있다면, 성공의 절반은 도달한 셈이다.
농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려움 속에도 포기를 모르는 강한 야성(野性)이 있어야 한다. 농업은 짧은 시간을 투자해 성공할 수 없는 분야다. 긴 시간을 갖고 끈기와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거나, 실패에 좌절한다면 결코 성공의 길로 도달할 수 없다. 어떠한 실패에도 포기를 모르는 강인함과 끈기, 도전정신으로 무장한다면 농업을 하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에게 질문하고 싶다. Are you ready for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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