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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5 격주간 제78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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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글로벌 리더로서의 꿈을 갖자 |
"청소년기 4-H활동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좌표가 되었다"
정 기 환 (한국농촌발전연구원장)
1946년도에 경기도 수원 인근 변두리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1960년대 중반까지 그 곳에서 성장한 필자는 한국 농촌의 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4-H운동에 있다는 확신을 갖고 젊은 시절의 정열을 4-H운동에 바친 경험이 있다.
당시 마을단위 4-H회장으로서 단체 과제로 고급 채소와 과수 육묘장을 운영했고 그 이익금으로 집집마다 밤나무 묘목을 나누어 주고 이를 가꾸어 소득을 올리도록 권장했다. 여름이면 모기약을 구입하여 집집마다 살포하며 모기 박멸운동을 전개했고 주말마다 마을 길 청소와 무너진 하수구와 굽은 길을 고치는 일에 앞장섰다.
이 일은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우리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당시 대한민국 4-H회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우리 4-H회원들이 시행했던 이러한 일들은 1971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던 새마을운동과 놀라울 만큼 닮았다.
1970년대 농촌지도직 공무원으로서 새마을운동의 현장에서 활동했던 필자는 새마을운동의 주요 내용이 이미 1960년대에 4-H회원으로 스스로 실천했던 일이었기에 조금도 어려움 없이 현장 지도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일은 정년 퇴직을 한 필자가 아시아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농촌개발과 새마을운동 경험을 전수하는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공적개발원조(ODA)분야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고등학교 5년간의 4-H활동이 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 때 한국은 세계 최빈국으로 너무나 가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들과 우리 마을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밤새워 토론하고 이를 실천했다. 그런 고민을 했기에 지금 개발도상국가의 지도자들은 물론 마을의 농민들과 마을 발전을 위한 격의 없는 토론을 할 수 있고 이들이 마을 발전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을 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4-H활동은 영농경험을 쌓는 것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키우고 마을 주민들과 대화하고 토론하고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을 키워줄 수 있기에 젊은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오늘날의 현실은 1960년대의 한국과 다르지만 4-H회원으로서 자신에 대한 마음가짐과 우리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해야 하는 미래의 지도자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4-H활동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21세기의 한국 4-H활동은 미래 지역사회의 지도자를 육성하는 길이 되어야 한다.
1960년대에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2013년도에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7위의 무역고를 달성했다. 미래 학자들은 한국이 머지않아 영국이나 프랑스도 따라 잡게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이제 한국의 4-H회원은 무역고 세계 7위의 위상에 걸 맞는 선진국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꿈을 키워야 한다.
4-H회원들이 활동해야 할 무대는 자신들이 속한 마을과 한국을 뛰어 넘어 세계가 될 수 있지만 4-H회원들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은 자신들이 속한 마을과 지역사회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마을에 기반을 두지 않고 중앙 무대에서만 활동하는 지도자는 사상누각을 짓는 격이다. 글로벌 리더로서의 꿈을 키우되, 우선 마을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을사회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4-H회원들은 자신들이 속한 시군의 지도자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개발도상국가의 젊은이들과 교류하면서 세계의 빈곤과 저발전에 대한 식견과 그 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어느새 글로벌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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