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 영 (충주상업고등학교4-H회)
"4-H지도교사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퇴직하는 그 날까지 열심히 활동하겠다"
대림산 정기가 가득 담긴 충주상업고등학교는 내가 22년간 몸 담근 곳이다. 봄이면 지천으로 피는 복숭아꽃과 매화꽃, 벚꽃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이 학교에서 4-H지도교사를 맡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올해는‘4-H농장’에 고구마를 심었다. 회원들과 땅을 일구고, 흙을 퍼 나르고, 거름을 주고,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고구마를 심고, 물을 주고….
어느덧 회원들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히며 힘들어했지만, 다 심고 나서 마시는 음료수 한 잔에 더위도 싹 날려버리면서 가을날 결실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을 배우는 것 같다.
버려진 화분을 이용해서 새싹 심기도 했다. 회원 각자 화분을 하나씩 만들어 이름을 붙이고, 열무, 아욱, 상추, 쌈 채소, 근대, 토마토, 고추 등의 씨앗을 심고 자라는 모습을 매주 관찰일지에 기입하며 자식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배우는 것 같다.
우리 학교는 작년에 이어 한국4-H본부에서 개최한 도농교류협력사업인 청소년 애농학교에 선정이 돼 벼화분을 키우고 있다. 정성스럽게 심은 벼 이삭이 최근 5~10cm 자랐는데 매일 물을 주면서 바라보는 회원들은 서로 자기 벼가 더 크다고 실랑이하곤 했다. 벼를 잘 키우고 관찰일지를 잘 쓴 회원에게는 상을 준다고 했더니 더욱 열심히 가꾼다.
지난 21일에는 앙성 상대촌마을에서 손두부 만들기, 인절미 만들기를 체험하기도 했다. 집에서 손쉽게 먹던 두부가 이렇게 만들기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는지 처음 해보는 아이들은 한층 성숙해진 마음으로 부모님께 감사하면서 밥을 먹어야겠다고 다짐 했다.
4-H의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다보면 다른 선생님들보다 더 바쁘고 힘들지만, 이 학생들이 자라서 농촌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나라의 훌륭한 일꾼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처음에는 흙을 만지고 거름을 줄 때 벌레가 있다고 기겁을 하던 회원들이 이제는 농사일도 척척 잘하고, 커가는 작물을 보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끼는 모습, 그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보일 때‘이것이 4-H의 진정한 가치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오늘도 4-H지도교사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퇴직하는 그 날까지 열심히 활동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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