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무 영 회장 (경남 사천시4-H본부)
2014년 5월 16일 나는 오늘 50년 전, 청소년4-H회원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서린 사천여자고등학교4-H회 현장 교육을 다녀왔다.
쾌청한 5월의 봄 날씨! 신록의 계절을 맞은 교정의 푸른 나무들과 잘 정돈된 교실을 보면서, 역시 ‘여학교는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강범호 교장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며 4-H활동이 창의적인 체험활동으로 인성 교육에 크게 기여한다며 감사함을 거듭 표현하셨다.
전윤숙 4-H지도교사의 안내로 3층 음악실에서 20명의 4-H회원들을 만났다. 모두 다 며느리를 삼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오늘 현장 교육은 6, 7교시의 2시간 4-H회의 진행법에 관한 강의였다. 정성껏 준비해간 교육자료를 배포하고 재미난 첫 인사와 100년의 4-H역사, 내 나이와 동갑인 한국4-H 67년의 역사 등 나의 4-H활동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그중 60년대 초반에 문맹 퇴치운동을 펼치며 마을 어르신들께 한글 깨우쳐드리기 봉사활동을 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저승의 천당문과 지옥문을 우리 한글로 적어서 구분해 놓았으니 꼭 한글을 배워 부디 저승가실 때 구분을 못해 지옥문으로 가시지 말고 천당문으로 잘 찾아가시라는 농담으로 어르신들은 독려했다는 대목에선 학생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6교시는 4-H회의 진행방법 이론을 강의하고, 7교시는 회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모의 4-H월례회를 개최했다. 청아한 목소리로 회순에 따라 회의를 진행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얼마나 대견스럽던지 …. 가르침의 보람에 가슴이 뿌듯했다.
4-H서약, 4-H노래 제창에서는 50년 전의 추억으로 빨려 들어가 가슴 뭉클함을 느꼈고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정유리 4-H회장의 “재미있고 보람차게 활동하자”는 인사말은 어른스럽기까지 하였다. 사업 토의 시간에는 10월 31일부터 11월2일까지 3일간 개최되는 ‘사천시 농업한마당 축제’ 행사기간 중 4-H활동 과제물 출품 안건을 의제로 상정하고 구체적인 제안 설명을 하며 질문, 토론, 가결 등의 순서로 차례차례 회의를 진행하였다. 회순의 끝부분 교양강좌 시간에는 의장에게 멋진 강사 소개멘트를 받고 5분가량 정말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열변을 토하였는데, 그 이야기를 그대로 여기에 적어본다. 이 글을 보게 될 모든 사람들에게도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고 세상에서 그다지 흔하지 않는 나만이 간직하고 있는 실화이며 모든 분께 마음의 양식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학생4-H회원 여러분!
옛 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뜻은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세상 무슨 일이든 죽을 힘을 다하여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고향 사천시 화전리 구룡마을에 지금은 연세가 90세가량 되셨을 문정순 할머니가 계십니다. 이 할머니께서 새색시일 적에 시집오실 때 신랑으로부터 결혼 예물로 금반지를 받았는데, 그 시절에 워낙 귀한 물건인지라 손가락에 잘 끼지도 않고 애지중지하며 가끔 한 번씩 꺼내 보기만 하였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금반지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시부모가 알세라, 신랑이 알세라, 전전긍긍하며 온 집안을 구석구석 찾았지만 그 금반지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새댁은 그 금반지를 잃어버리고 병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내 금반지! 내 금반지!”하며 금반지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으며 꿈에서도 금반지 꿈을 수차례 꾸며 아침저녁으로 금반지 찾기를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찾을 수 있다는 일념으로 그렇게 꼭 1년을 지극 정성으로 소원을 빌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난 다음 어느 봄날 자기 집에서 1㎞이상 떨어진 산비탈 채소밭에서 호미로 김을 메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김을 메다 뾰족한 호미 끝에 무엇인가 끼인 것 같아 호미 끝을 유심히 살펴보니 쇠로된 동그랗고 작은 것이 끼어있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무심코 그걸 빼서는 바지에 쓱쓱 문질러 흙을 털어보니 세상에 이게 웬 조화입니까? 그렇게 오매불망하며 간절히 찾던 그 금반지였습니다. 너무 놀라고 신기하여 털썩 땅바닥에 주저앉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하며 엉엉 소리 내 한참을 울었답니다.
이 금반지는 집안 청소 쓰레기로 퇴비 간에 쓸려 들어가 썩은 퇴비 속에 있다가 또 다시 퇴비를 운반하던 지게에 퇴비와 함께 지워져 멀리 떨어진 산비탈 채소밭으로 옮겨갔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 그 넓은 밭에서 또 땅속에서 본인의 호미 끝에 박혀 따라 나올 수가 있을까요? 이것은 상식적으론 도저히 불가능한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또 확률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4-H회원 여러분! 그러나 세상엔 이런 일이 분명히 일어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아닐까요? 우리 회원 여러분도 이루고 싶은 것을 하나씩 목표로 세우고 지극정성으로 최선을 다하여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여러분의 소중한 꿈이 모두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실화의 5분 교양강좌가 끝나자 회원들은 요란한 박수로 화답해주었다. 오늘 나는 머리에 흰 실타래가 주렁주렁한 백발의 노장이다. 마음과 머릿속에 평생을 경험한 회의에 관한 나의 재능을 어린 학생들에게 나누고 기부했다는 보람이 얼마나 충만했는지 모른다.
4-H회의 방법을 통해 크게는 민주주의 정신을 배우며 작게는 발표력 향상을 꾀하고 대인관계 부적응을 극복하며 앞으로 모범적인 삶을 꾸려 가리라 확신해본다. 나는 오늘의 재능기부가 일회성 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인 실천으로 지역의 모든 학생4-H회원들에게 나누고 기부하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나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 어디든 달려 갈 것이다. 오늘의 희열을 느끼게 해준 사천여자고등학교4-H회원들이 한없이 고맙다.
그리고 동아리 준비에 수고하신 정윤숙 지도교사님과 특히 재능 기부로 이끌어 주시고 세밀한 사전 계획을 마련해준 사천시농업기술센타 안임선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나는 내일도 쉼 없이 재능 기부를 위한 지혜를 짜내며, 그 자료들은 밤새워 정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