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01 격주간 제780호>
[시 론] 식시오관(食時五觀)과 4-H정신

"오늘날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것은 4-H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정 동 (광주광역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쓴나물 데온 물이 고기보다 맛이 있네. 초가삼간의 좁은 것이, 그것이 도리어 내 분수에 맞는다….’
요즘 산기슭에 돋아난 봄나물이 뭇사람의 입맛을 돋운다.
냉이는 벌써 쇠어지고, 쑥, 쑥부쟁이, 왕고들, 머위 잎, 불미나리…. 봄바람 벗 삼아 아내와 나들이도 좋지만 된장에 무쳐 놓으면 막걸리 한사발이 목젖이 아프도록 잘 넘어간다. 
저녁 밥숟가락이 마냥 가볍다.
농촌냄새, 흙냄새, 어릴 적 친구생각,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지만 주물럭주물럭 된장 무침은 왜 그리 맛있었을까.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들이 하나 있다. 된장국, 김치를 지독히 싫어한다.
일생동안 농업인과 함께 하는 농촌현장의 파수꾼이기에 쌀 한 톨의 귀중함을 귀가 아프도록 역설하고, 우리 김치 먹기를 강요 이상으로 윽박지르기도 하며, 용돈으로 매수해 본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은 우리 것의 소중함을 모르는지 별 관심이 없다.
편식, 식생활 환경의 지나친 서구화…. 이는 누구의 탓인가?
물론 우리 기성세대의 잘못이 너무 크다. 밥상머리 교육부터가 잘못된 탓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우선 달거나 즉석 식품인 라면, 떡볶이, 핫도그 등을 청소년들이 선호하고, 부모들이 어려서부터 습관화되도록 길들이지 못한 탓이다.
덩치는 크지만 알토란처럼 다부진 맛이 없는 요즘의 세대는 궁핍을 모르는 풍요의 세대들이기에 풍요의 저주를 받아서 허약하기 그지없다. 조금만 찬바람이 불어도 쉽게 감기에 걸리고 아토피에 시달리게 된다.

음식이 곧 약이요, 보약이다

옛날부터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했다. 음식이 곧 약이요, 보약이라는 뜻이다. 모든 병은 음식에서 온다. 
못 먹어서, 안 먹어서,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 난다. 균형식이 되도록 하고 김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먹자.
미국의 건강전문 잡지 ‘헬스 매거진(Health Magazine)’이 한국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소개한 적이 있고, 우리의 김장문화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김치는 우리 민족의 척도식품이요, 건강식품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것이 좋다고 억지 부리지 않아도 좋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것은 4-H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4-H회원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김치를 먹는 습관을 갖자고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대할 때 갖는 예절로서 식시오관(食時五觀)을 들었다.
음식이 만들어져 나올 때까지 여러 과정의 정성을 생각해 보고, 어른부터 먼저 섬기고, 배불리 먹을 욕심을 내지 말고, 음식이 약이 되도록 골고루 먹으며, 이 음식을 먹을 자격을 갖춘 후에 먹는다는 것이다.
한 톨의 쌀을 생산하기까지 농부의 손길이 88번이나 들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들이 자랄 때는 밥알 하나라도 흘렸다간 어른들의 불호령이나 지청구를 듣는 것은 다반사였다.
한 톨의 쌀이라도 농업인의 땀과 피와 눈물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며, 지·덕·노·체 이념으로 식시오관(食時五觀)을 지킬 줄 아는 참다운 4-H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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