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흔 영 (충북농업기술원 지도사)
"미래를 바꿀 수 있는 4-H가 나에겐 가뭄에 단비 같이 느껴졌다"
농촌지도직에 입문한지 10여년만에 4-H업무를 처음 접했다.
그동안은 나보다 연세가 많으신 50~60대의 원예작물 농업인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업무를 주로 맡아왔기 때문에 나보다 어린 20대 젊은 4-H회원들을 지도하고 이끌어줘야 하는 4-H업무는 왠지 모를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4-H에 대한 자부심이 가슴 속에 깊숙이 자리하는 데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현재 농업과 농촌의 미래는 초고령화와 인력난, 젊은 인재의 부재 등으로 발전 보다는 답보 상태에 묶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4-H가 나에겐 가뭄에 단비 같이 느껴졌다.
수많은 교육과 행사는 때론 나를 지치게 만들었지만, 작년 4-H중앙경진대회는 잊을 수 없는 행사였다. 처음 중앙경진대회를 준비하면서 4-H회원들이 보여준 열정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비록 옛날에 비해 회원 수는 급격히 줄었지만 내실 있게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원들의 모습과 농사일로 바쁘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중앙경진대회에 참가해 준비한 행사들을 멋지게 해내 종합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룬 우리 4-H회원들이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웠다.
학생4-H회원을 대상으로 작년에 서울문화체험학습을 두 차례 실시했다.
어린 학생들이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을지, 주어진 과제들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여러 걱정이 많았지만 멋지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니 나의 걱정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회원들은 서울체험학습활동을 통해 학교에서 접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고 도움 없이 회원들끼리 협조해 목적지를 스스로 찾아가며 과정을 수행한 것에 대한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었다.
4-H운동이 광복 이후 황무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 청소년교육운동으로 전개되어 네잎클로버 희망의 싹을 틔운 지도 어언 60여년이 지났다. 사람으로 말하면 환갑을 지난 것이다. 그간 4-H운동은 지·덕·노·체 이념과‘좋은 것을 더욱 좋게, 실천으로 배우자’라는 모토로 국가발전을 이끌어 왔다. 오늘날 농업·농촌이 대내외 급속한 환경 변화로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우리 농업·농촌을 사랑하고 미래 과학영농을 이끌어나갈 4-H회원들의 모습을 볼 때 충분히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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