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화 (포항 오천고등학교4-H회)
"만학도가 4-H활동에 있어서는 오히려 나의 스승이었다"
작년 입학식 때 우리 학교엔 조금 특별한 학생이 있었다. 63세의 만학도가 입학한 것이다.
교사들이 만학도의 아들을 가르쳤고, 그 어머니가 입학하셨으니 호칭도 문제고 만학도보다 교사들이 크고 작은 문제로 어려워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기우(杞憂)였다. 교복을 입고 교실에 앉아 있으니 다른 학생들과 별반 차이도 없고 눈에 띄지도 않아서 점점 무뎌져 갔다.
그런 만학도가 학교4-H회에 들어와서 1년 동안 교내 텃밭 가꾸기, 과제학습 등을 하는데 4-H활동만큼은 오히려 나의 스승이었다.
나도 잘 모르는 국화 가꾸기, 거름주기, 언제 심어야 할지, 물은 어떻게 주라는 등 많은 조언으로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주고 하니 올 한해는 더욱 풍성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잘못이 있을 때는 질책해 주시고, 학창시절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연세가 많으셔도 늘 겸손하게 밝은 모습의 만학도를 보며 우리 모두가 느낀 바가 크다. 학생들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익숙하고 수행 평가에서 점수를 더 받으려고 노트 필기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게으름을 자책해 보기도 했다.
학년말을 정리하면서 만학도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봤다.
“여고시절은 아름다운 꿈을 미래의 삶에 투자하는 시간들의 연속이며, 최선을 다하는 학창시절은 소중한 인생의 밑거름이 될 거야.”
“반면 선생님도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내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진정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도 한단다.”
‘교사는 지성인이다’라는 헨리 지루의 책제목처럼 지식 전달자가 아닌 인간적인 지성인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제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만학도를 보면서 내 자신이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 한 번 자문해 본다.
‘배움이란 가르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승과 함께 있음으로서 얻는 것이다’라는 옛말이 있다.
학생들에게 부끄럼 없는 교사가 되기 위해 자기 계발에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한 이 말은 교권의 의미가 변하고 있는 오늘날 가장 절실히 다가오는 문구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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