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준 섭(전 성남동중학교장 / 아동문학가)
"4-H본부가 새로운 청소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실천해주면 어떨까?"
4-H운동은 국가의 장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을 ‘4-H회’를 통한 단체활동으로 지ㆍ덕ㆍ노ㆍ체의 4-H이념을 생활화함으로써 인격을 도야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농민의 마음을 배양하며 창조적 미래세대로 성장토록 하는 지역사회 청소년교육운동이다.
이 운동은 일제시대의 농촌 계몽운동을 감동적으로 그린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에 등장하는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60·70년대 전국에 불길처럼 번졌던 새마을운동의 바탕이 됐다.
오늘날에도 다행히 한국4-H본부가 있어 4-H 근본정신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있을 뿐만아니라 오늘날 입시 위주의 지식교육의 병폐를 치료해 줄 인성교육의 중요한 한 분야를 담당해주고 있다.
이런 사례는 내 경우 60년대 중고교시절 방학하면 우리 고향 마을에서도 4-H깃발을 마을 입구에, 모정에도 태극기와 함께 설치해 팔랑팔랑 휘날렸다.
이때 우리들은 대학생 선배님을 따라 마을 청소는 물론 풀베기, 구덩이 메꾸기 등을 하여 칭찬을 많이 받았고 우리들도 공부하며 일하는 모습을 자랑하곤 했었다.
추석 대명절이 가까워오면 우리들은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 등 고전소설을 연극 극본으로 각색해 배역을 정하고 담요를 친 무대를 만들어 밤늦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이런 연습과정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화합하고 단결하며 서로를 배려할 줄 알게 됐다.
또한 자기가 맡은 역할을 잘 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저절로 되어 갔다.
드디어 추석날 밤에는 해보다 밝은 달빛 아래 성공적으로 흥부전 연극을 공연해서 어른들은 물론 이웃마을 사람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입시 위주 공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제대로 정서적으로 자라지 못하는 오늘날의 학생들에 비하면 그때의 우리들은 정서적으로 풍부하고, 부지런하면서도 집중적인 공부로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낸 셈이다.
이런 행복한 시절은 모두 4-H운동의 덕택이었다.
토요일, 일요일이거나 방학이면 우리들은 신나게 어우러져 놀면서 공부하며 자랐다. 녀석들은 서로를 배려하면서 자기 역할을 성실하게 하면서 어느덧 어른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성남시 성남동중학교장과 광명시 광문중학교장으로 근무했다. 그때 모 신문사로부터 청탁을 받아 교육칼럼을 6개월 동안 집필했다. 여기에서도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저학년만이라도 놀이 중심으로 다시 편성해서 교육해야 함을 강조했다.
요즘 학생들은 피아노, 태권도, 조기영어교육 등 때문에 놀기보다는 무거운 공부에 짓눌려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정서적으로 잘 자라지도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어린이들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이 신나게 놀면서 행복을 누리는 교육과정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어릴 때 마음껏 뛰어놀아야 감수성도 발달하고,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알게 된다. 교육부가 못하고 있는 이런 일들을 4-H본부가 맡아 새로운 청소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실천해주면 어떨까?
그래서 인성교육을 통해 4-H 근본정신인 두뇌 개발은 꿈이 꿈틀꿈틀 잘 자라는 머리를 가진 청소년으로, 마음 개발은 정서교육을 잘 받아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손 개발은 열심히 일하는 것을 신성하게 생각하는 청소년으로, 건강 개발은 꾸준히 체력 증진 운동을 실천하여 체격만 웃자라는 아이들에게서 근육이 울퉁불퉁한 청소년으로 인내심이 많고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집중적으로 실천해주면 좋겠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청소년 문화가 물결처럼 일어나게 될 것이다. 또한 저절로 인성교육이 잘 되어 창조력이 보다 풍부하고, 풍부한 감수성을 갖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청소년운동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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