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남 (전 한성대학교 총장)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도서관을 ‘민중의 대학’이라 불러왔다."
나는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과의 첫 만남에서 조금은 엉뚱하다 싶은 질문을 곧잘 던지곤 했다.
예를 들어 “겨울이 지나가면?”이란 질문도 그 중 하나다. 그리고는 앞자리에 앉은 젊은이에게 답을 들어본다.
“봄이 옵니다.”
“맞았네. 그 다음 사람의 생각은?”
“봄이 옵니다.”
그 다음, 그 다음으로 계속 넘어가다 보면,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봄이 오는 게 맞잖아요?” 하는 정도다.
물론 계절적으로 봄이 온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정답이다. 그런데 가끔은 기발한 답을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겨울이 지나면 우리 집 안마당에 꽃이 핍니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우리 누나 시집갑니다.”
많은 학생들이 “우와~ ”하고 웃지만 나는 그러한 답을 매우 반가워 한 적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사안에는 한 가지 답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우리 젊은이들은 어떠한 문제에 있어서 대부분 한 가지 정답만이 입력되어 있어 다른 새로운 답이나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자세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소년ㆍ소녀 시절에 거의 읽었음직한‘발명왕 에디슨 전기’내용 중 이러한 장면을 기억한다.
소년 에디슨이 달걀을 가슴에 품고 병아리를 부화시켜 보겠다고 헛간에 몇 시간이고 파묻혀 기다리다가 부모에게 발견되어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꾸지람 당하는 인상 깊은 장면이다.
어미 닭이 달걀을 부화시키는 일은 자연세계의 진리이지만, 다른 새로운 방안의 답은 없을까 찾아보려는 에디슨의 창의적 사고에 놀라워한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입력되어 있는 한가지의 답에 빠지기 쉬운 젊은이들의 자세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 교육에서 문제의 정답만을 주입식으로 공부하고 사지선다형 객관식 시험문제로 평가하는 교육과정에 의해 생겨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가능한 답을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이른바‘확산적(擴散的) 사고’를 기르지 못한 채 주어진 지식만을 기억하는‘수렴적(收斂的) 사고’만을 발전시켰던 것이다.
오늘날 사회현상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이 쉽게 획일화 되고 단선적이며 흑백논리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로 수렴적 사고만으로 세상을 보는 눈높이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급속한 기술과 변화를 수반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가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유연한 사고, 그리고 새로움을 계속 추구하는 창의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어떠한 신념이나 사상 또는 종교나 이데올로기이더라도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배타적이지 않고, 가치의 상대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며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확산적 사고를 기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입시교육의 병폐로 무시되고 있는 확산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가장 손쉬운 길은 다양한 책읽기의 방법이다. 동서고금의 경험과 선현들의 지혜를 모아놓은 좋은 책들을 통해 사고의 폭을 다양화하고 유연하게 하는 일이라 믿는다.
오늘날 지역마다 공공도서관이 늘어나고 변두리 지역은 작은 도서관이나 문고들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도서관을 통해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즐겁고 유익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문화적 안목을 넓힐 수도 있다.
그러기에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도서관을‘민중의 대학’이라 불러왔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책읽기의 기회만을 주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 나가도록 돕는 가장 보편적인 평생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라도 젊은이들이 다양한 책읽기를 통해 각기 다른 창의적인 답을 생각해내도록 하는 일이야 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역점을 두고 있는 창의사회 구현의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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